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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안녕. 온몸이 텅 빈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기부처님을 태우고 묵묵히 연등행렬을 따라가던 종이코끼리 한 마리 코가 잘려나간 채 종로 뒷골목에 버려져 있어 코 없는 종이코끼리를 타고 길을 걷는다 아직 남아 있는 살아가야 할 날들을 위하여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새들이 집을 짓듯이 폭풍우가 가장 강하게 몰아치는 날 이 순간의 너와집 한 채 지어 불을 지핀다 버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버려야 하므로 온몸이 텅 빈 흰 종이코끼리 한 마리 불태워 한줌 재를 뿌린다. - 정호승 시 '종이코끼리' 모두 * 사람이 사람들과 더블어 살다보면 이해 관계에 감정이 얽혀서, 소위 흔하게 이야기하는 '오해' 라는것을 하게 된다. 이것이 저절로 풀리거나 '이해'가 되면 다행이지만,, 이도저.. 더보기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먼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쫙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것은 영원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熱帶漁들이 수족관에서 물거품을 뻐끔거리듯 한 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이 있었는가 가서는 안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