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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기형도 애송 시 3편 *2009년글에 업데이트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녘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 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 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며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 더보기
기형도의 겨울(冬) 詩. 얼음의 빛 -겨울 版畵(판화) 기형도 겨울 풀장 밑바닥에 避難民(피난민)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어요? 오늘도 純銀(순은)으로 잘린 햇빛의 무수한 손목들은 어디로 가요? 바람의 집 -겨울 판화 1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 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깍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 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 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때까지 어 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 의 한숨. 사위.. 더보기
푸르른 그리움,,, 푸르른 그리움 - 그때에... 조회(286) 이미지..,love. | 2006/05/31 (수) 16:21 추천(1) | 스크랩(0) 1.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녘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 하기도 하지, 가벼운 그림들 같이 서로를 통과해 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속에서 진자는 곧,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