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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5, '내것' 과 '남의 것'

결국엔 내 소유란 ‘아무것도’ 없다.



숨겨둔 정부(禎婦)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끝, 그집
불밝은 창문
그리운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채는
비밀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둔 정부(禎婦)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 시키는 여자,

악마 같은 여자

-이수익시 '그리운 악마'전문



*집 안의 정원을 꾸미고 예물은 적게 보내라. 턱수염을 꾸미는 것은 위에 있는 턱에 딸려가기 위함이다. -비(費)

발가락에만 힘이 들어가 있으니,
앞서 가려고만 하면 흉하다.
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장(大壯)

-인간에게는 겸손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거북이처럼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남을 올려다 보아서는 안된다. 그럴수록 더더욱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다. 남이 서 있으면 나도 서고 남이 앉아 있으면 나도 앉아야 한다. 서로 평등해야만 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남과 대립하는 존재다. 객관을 주관으로 가리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꾸미고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 자신을 어떻게 꾸미고 치장해야 할것이며, 그 원칙은 무엇인가?

-역경의 비괘(費卦) 에서는, "그 턱수염을 꾸미는 것은 위에 있는 턱에 딸려가기 위함이다." 무슨 뜻인고 하니, 턱수염은 자기 스스로는 움직일수 없다. 수염위의 아래턱이 움직여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턱수염은 이렇게 아래턱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꾸밀때는 두말할것도 없이 턱의 형태와 굴곡에 유의해야 한다.그래야 위에 있는 턱도 살리고 아래에 있는 수염도 살릴수 있다.이속에는 남에게 종속된 상황에서의 처세술을 말하고 있다.아무도 나를 발탁해 주거나 추천해주지 않는 처지에 놓였다면 당연히 가까운 실력자의 뒤를 따라야 할텐데, 그런 상황에서 나의 겉모습도 마땅히 윗사람과 어울리도록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역경은 "집안의 정원을 꾸미고 비단 예물은 적게 보낸다.인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길할 것이다." 이러한 처세를 역경에서는 '백비(白費)'라고 일컸는다. 사물의 변천이 극에 달하면 새하얀 도화지같은 본바탕으로 돌아가고 꾸밈도 극에 달하면 본래의 순수하고 소박한 상태로 돌아간다 말한다.그래서 최상의 꾸밈을 '백색의 꾸밈' 곧 "꾸미지 않은 꾸밈'으로 보고있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인생은 더 이상의 가식과 치장이 필요 없는 것이다.오직 내면을 가득 채운 소박함만이 꾸밈의 극치를 이룰 수 있다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첫째; 지나친 겸손보다는 넘치는 자기애(自己愛)가 훨씬 낫다.
둘째; 겉으로 남을 평가해서는 안되지만, 대부분 그렇다는 사실이 현실이다.
세째; 외모는 아주 중요하다. 성품은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네째; 계산된 남루함과 방치된 남루함은 다르다. 누구나 알아 차린다




** 벚꽃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이치는 신묘하여서 어제는 차릇하던 꽃가지에 팝콘이 터지듯 탐스런 꽃망울이 터졌다. 목련을 좋아하는 나는 꽃망울이 맺는듯 싶다가 밤사이에 만개하고 아름다움에 설레다가 하루, 이틀사이에 잎을 떨구는 목련이 아쉽다. 우리의 삶도 꽃이 피고 지는 것 처럼 아쉽다. 그때가 정리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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