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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들 때

햇살 좋은날,, 하얗고 뽀얗게 빨래를 하고 싶다!


 
          - 내 일상의 '서글픔'을 하얗게 빨아 뽀송하게,,, 말리고 싶다!

 

 

 어제는 점심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높고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니,, 오래전 학생때 신촌 자취시절의 마당에서 썩썩 빨아 널던 빨래가 생각이 났다. 나도 참 이상한 놈일세,,, 다른 좋은것들도 많은데 기껏 푸르른 하늘을 보고 하얗고 깨끗하게 빨은 빨래를,,,  힘차게 털어 내고는 재래식 옥상에 올라가 빨래집게로 날리지 않게 고정한 후에 길게 길게 널어서 빠삭~ 소리가 나도록 잘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는 제법 비가 내렸는데,, 내 마음에는 습기가 너무 많아서 그 습한 기운을 털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학 2학년 시절부터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기까지,,, 자취 생활을 했었다. 지금도 눈길이 선한 굴다리 근처의 하숙촌,,, 돈이 제법 있는 학생은 주인아주머니에게 주는 방세 이외에 밥값을 더하여 아침, 저녁을 받아 먹을 수 있었고 대부분 돈이 없는 향토 장학생인 지방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밥과 반찬을 자족 해야만 했고,, 시골에서 반찬을 부쳐오거나 누님이나 어머니가 다녀가 반찬을 해 놓고 가는 날은 '그 방'에 자취생들의 습격으로 맛나던 밑반찬이 동이 난다고 울상지으며 감추곤 했는데,,, 고추장 하나, 간장 하나에도 전기 밥솥도 귀하여 코펠이나 작은 냄비에 밥을지어서 고추장이나 간장에 쓱쓱 비벼먹던,, 김치나 짱아치 밑반찬이 있으면 상찬이었던 그 시절이 때로,,, 그립다.  

 그때는 참,, 고민이 많았는데,,, 이어지는 데모에, 휴교령에, 먹고 사는 걱정에 학비조달문제,, 병역문제,,,, 그래도 젊음이 있었기에 현실에선 초라하고 지쳐도 버틸수 있었던 것 같다. 오전 강의 밖에 없는 날에는 집으로 일찍 돌아와 밀린 청소며, 빨래를 하고는 했었다. 청바지가 비싸고 귀하던 시절,,, 색이 하얗게 바랄때까지 빨고 또 빨아서 입고는 했는데,, 그당시에 여학생들의 하얀 백바지가 참 예뻐 보이던 시절 이였다. 건너방의 이대생이였던 미정이는 아침에 맵시있게 입고 나갔던 흰바지를 저녁이면 항상 빨아 빨래대에 하얗게 널고는 했었지. 하나를 빨면 다음날 아침에 덜 마른채로 체온으로 말려 입고 학교로 향하던 '그 젊음'을 현재의 풍요로운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리라.

 이제는 빨래도 세탁기가 다 해주고, 갈아입을 옷들도 여러벌에 자잔한 삶의 걱정도 줄어 들었는데,,, 문득 하얗게 빨래를 하고 싶어진다. 세제를 넣고 유연제를 더하고, 빨래의 코스를 선택하고 스위치를 넣는 것이 아닌,, 커다란 대야에 가득 형형색색의 빨래를 물에 담가 넣고 무궁화 빨래비누로 썩썩 문지르고 빨래의 때를 내어 빨래판에 비벼 문질러 빨아내는 빨래가 그리워 진다. 때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나 쪼그리고 앉은 다리가 아파서 이리저리 다리를 바꿀지라도,,, 내 마음의 '슬픔'을 때로 하얗게 빨아내고 싶다. 시간은 흐르고 지나가는 일상속에 서로가 다른모습으로 변화하며 서 있지만,, 하루 또 지나가는 일상속에서 내 '서러움'을 하얗게 빨아 뽀송하게 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