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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창언

작지만, 담대하게 시작하자 2022년.




나는 점점 마주 오는 사람과 눈 마주치지 못하고
괜히 개하고나 눈 마주치다
그 개가 그르릉거리는 소리라도 하면
얼른 시선을 땅바닥으로 내리깐다
나는 점점 마주 오는 사람이나
마주 오는 개보다는 오히려
앞서 걷는 사람의 뒤통수가 이리 편안해지니
나는 이제 안전하고 무고하리라
아침 공원에서 뒤통수들과 안면을 트고
뒤통수들을 품평하고 뒤통수들과 사랑을 한 지 여러달
이제 낯익은 뒤통수라도 만나면
달려가서 뒤통수를 치고 싶어진다
연신 삐딱거리다가 끄덕거리는 것을 보니
그도 나를 알아본 모양
내 뒤통수가 괜히 가렵거나 스멀거린다면
내 것도 누군가를 알아보았단 증거
그때는 조용히 뒤통수의 일은 뒤통수에게 맡긴 채
걸어가면 될 일이다
내 뒤통수는 이제 많은 것들과 실실거릴 것이다
이것이 뒤태를 가진 자들의 살아가는 힘
마음에 드는 뒤통수를 만나면 쫓아가서 알은 체를 해보라
우리는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겼으니


- 문 성해시 ‘뒤통수 연가’모두
(입술을 건너간 이름, 창비, 2012)

*창언-아낌없이 하고 싶은 말을 펴내다.


**코로나가 올해를 넘기고 22년에도 우리의 생활을 옥죄일 모양이다. 감염의 두려움에 추위까지 닥치니,, 마스크에 목도리에, 두툼한 방한복을 걸치면 그사람의 인상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시대이다. 5년전 미세먼지가 심할 적에 얼굴을 덮는 마스크를 쓰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편의점 직원이 강도로 오인하여 “출입시에 마스크를 벗어 주세요”라는 안내문은 이제 아는사람만 아는 농담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뒤통수를 통해서 사람을 알아보고 침숙함을 느낀다는 시인의 시를 읽으며 실소하고,,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대에 눈으로 어떤 ‘인상’을 줄수 있을까?! 하고 생각 해 보았다. 여자라면 ‘눈화장’이라도 멋깔나게 하여 좋은 인상을 더할 수 있을텐데,, 기껏해야 차갑게 느껴진다는 금속테 안경을 부드러운 색의 뿔테로 바꾸어본다. 60을 넘기면서 내 작은 소망 하나는, 이제라도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게 따스한 한줌의 햇살같이 남고 싶다는 것. 이제라도 사람들과 진심으로 서고 싶다는 생각.

화요일, 투석을 하는 도중에 수간호사가 목요일에는 월차라며 새해 인사를 먼저한다. 재발 후에 처음으로 상담했던 간호사,, “년차를 넘길 수록 체력이 달리니 잘드시고 건강하라”는 이야기가 고맙게 다가왔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치니, 몸이 너무나 아파온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긴장이 풀린 것일까? 투석 후에 빈속에 간단히 채운 후에는 몇시간을 침대에 누워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끙끙 앓는다. 그래도 오후 4~5시가 되면 몸을 움직이기가 한결 나아지니 감사한 마음이다.

2021년을 하루 남겨두고 출근해야 하는 아내와 빵을 토스터에 구워,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아침식사를 한다. 그래도 아내가 곁에서 벼텨주어 한해를 잘 이겨낸것 같아 고마운 마음. 모두가 바쁘고 힘겨운 세상에 가까이에서 함께 보아주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다. 가끔 글을 올리는 신환우까페의 벗들과 시사랑까페의 시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2022년, 모두들 코로나공포에서 벗어나시고 건강하게, 가족들과 더블어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모두들 화. 이. 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