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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깐데

꽃잎이 눈꽃처럼 날리며 떨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집이 가까워오면
이상하게도 잠이 쏳아지기 시작했다
깨어보면 늘 종점이였다
몇 남지 않은 사람들이
죽음 속을 내딛듯 고목으로 사라져가고
한 정거장을 되짚어 돌아오던 밤길,
거기 내 어리석은 발길은 뿌리를 내렸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
늘 막다른 어둠에 이르러야 했던,
그제서야 터벅터벅 되돌아오던
그 길의 보도블록들은 여기저기 꺼져 있었다
그래서 길은 기우뚱 거렸다
잘못 길들여진 말처럼
집을 향한 우회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한 종점 다방의 불빛과
셔터를 내린 세탁소, 쌀집, 기름집의
작은 간판들이 바람에 흔드렸다
그 낮은 지붕들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길에 들어서면
지붕들 사이로 숨은 나의 집이 보였다

집은
종점보다는 가까운,
그러나 여전히 먼 곳에 있었다.


 - 나희덕 시 '종점 하나 전' 모두




사람이 싫어 길을 떠나면,, 눈에 들어오는 자연의 풍경처럼 거기에 '사람'이 있습니다. 4월 하고도 중순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충혈된 눈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또 그렇게 먼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자꾸만 걸어 갑니다. 언제부턴가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작은 소로가 좋아졌습니다. 서울은 어느동네, 어느 골목이던 차량들이 점령을 하고 끝없이 사람들이 차들이 정적이 찾을 새도 없이 오고 갑니다. 내가 가끔,, 시골길을 찾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금은 어둑해져 이름 낯설은 마을의 초입에 접어들면 적막함 가운데 한, 두어군데 창문에 불빛이 비치고 때로 동네의 강아지도 객을 목청껏 반깁니다. 어쩌다 반갑게 만나게 되는 동네의 어머니, 아버지도 전혀 낯설지 않은 '내 부모님'의 따스함을 얼굴에 가졌습니다. 

길을 걸으며...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행복 했습니다. 바람이 많이도 불고,, 산길은 험하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숨은 때로 가뻤지만,, 가끔 전해오는 친구들의 응원 메세지에 미소 지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람이 상처받고 사람을 떠나 외진곳에서 걷고 있지만,,,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걸어 또 다른 길로 접어드니,, 내가 '안아야' 할것은 사람 입니다. 9코스 대평-화순 올레, 8.89km, 10코스 화순-하모올레, 14km, 11코스 하모-무릉올레 20km. 공식적으로 42.89km를 걸었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우회하고 돌고 돌아 50km는 넘게 걸은 듯한 올레길 이였습니다. 이번에는 숙소에 짐을 분산하지 않고 코스마다 들리는 곳에서 숙소를 정하기로 했는데,, 곳곳에 산재한 '바가지 상혼'에 다소 불쾌 했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친절한 제주민'들 덕분에 훈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만개하여 화려하게 꽃잎을 떨구며 지고있는 벚꽃들,, 마을의 모퉁이를 돌아 강렬한 노랑빛으로 나의 눈길을 잡아놓던 유체꽃밭... 바람불고 거세게 불고 파도가 밀려오는 언덕에서 온몸을 흔들며 색색이 꽃들을 피워내던 이름모를 들꽃들,, 햇살이 눈부셨던 오전에 환한 들길을 따라서 울어주던 뻐꾸기와 종달새의 울음소리... 가끔은,, 이런것이 필요했나 봅니다. 집을 떠나고 항상, 집으로 돌아 오지만,, 오래동안은,, 푸른 파도의 속살거림과 따스하게 감싸던 강한 햇살, 때로 거세게 불어와 모자를 날리던 심술궂은 바람,, 언제나 내 발길따라 동행하던 이름모를 들꽃들...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