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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몹시 분다

이름도 모르는 벌판에서

나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무로 살았다

 

저 멀리 벌판 끝으로

눈물이 가득 들어찬 눈동자들이

눈물의 의미도 모르면서

반짝반짝 글썽인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무는 생각하는 법도 모르면서

제목도 모르는 책 앞에서 턱을 괸다

 

위층 어딘가에서

웅얼웅얼 아기를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곧 익숙해질거야

살아서 잠드는 일에 대해

살아서 깨어나는 일에 대해

이름도 모르는 벌판의 낯선 태양과

살아서 마주치는 일에 대해

 

바람이 몹시 분다

바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두려움 없이 바람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무로 살아온 것처럼

 

눈동자들은 벌판의 끝으로 굴러가 있고

눈물의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반짝반짝 글썽인다.

 

 

 

   황성희 시 '나무를 모르는 나무' 모두

 

 

 


한살, 세월의 연륜을 더함은 더욱 여물어지고 숙성 되어가야 함인데,, 사람처럼 허무한 존재도 없다. '한때'는 세상을 다 가질듯이 이루어 가다가도 '한순간'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꿈을 접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가르치고, 상처를 적게하려 결과 보다는 과정이 중요 하다고 위안의 말을 한다.  삶은,, 어느 순간은 지루하게 반복 되는것 같다. 하지만 어느날, 마지막을 향해 달려 갈 때, 너무도 순간적으로 허무하게 끝날 것 임을 우리는 나이를 먹어서야 직감으로 안다. 인생은 CHAOS, 혼돈 그 자체이지만,, 우리의 삶도 가을날 처럼 명쾌하게 개일 때가 있다. 조금 더 맑은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보고 싶다. 나이를 더하는 일이 죄스럽지만은 않기를,,, 두손을 모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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