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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문득,, 적어보는 시 한편.

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 번에 한 개씩
오해를 위해 팔았다.

나는 습관이 없고
냉혈한의 표정이 없고
옷걸이에 걸리지도 않는다.
누가 나를 입을 수 있나.
악수를 하거나
이어달리기는?

나는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검은 서류가방을 든 채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밤의 쇼윈도우에 서서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악수는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정해진 자세로
긴 목과
굳은 어깨로

당신이 밤의 상점을 지나갔다.
헤이,
내가 당신을 부르자 당신이 고개를 돌렸다.
캄캄하게 뚫린 당신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는 순간,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당신의 그림자였던 적이.
당신이 나의 손과
발목
그리고 얼굴이었던 적이


- 이 장욱 시 ‘토르소’모두



* ‘Hey~’ 문득 누군가 부르고 싶었습니다. 휴일, 모처럼 혼자 집안에 남아 서재에서 책 정리를 마치고 혼자서 집안에 있는 재료 만으로 솜씨를 부려 골뱅이무침을 만들어 간직해 왔던 와인 한 병을 오픈 해 간만에 ‘딱 한잔’ 했습니다. 밖에는 화창한 날씨에 바람도 제법 상쾌하게 불어오네요.

온 집안의 창을 모두 열어 놓고 미뤄 두었던 등산복과 산책시 입었던 바람막이를 세탁기에 돌리고, 내친김에 옷장속의 섞여있는 옷들을 춘추복, 여름옷, 겨울옷으로 나누어 옷장 정리를 마치니,, 제법 땀도 나고 먼지도 난지라 가볍게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니,, 상쾌하니 제법 봄이 온 듯도 싶습니다.


내일은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면,,
반가운 목련꽃을 볼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설레며 기대해 봅니다.

사랑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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