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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위

Feeling.., 삶의 온기.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배 한봉 시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이 셈법’ 모두 *육탁, 여우난골, 2022 “ 사람은 좋지만 무.. 더보기
발란스. 평안 - 마음의 '발란스' 조절. 조회(207) 이미지..,love. | 2006/05/03 (수) 12:17 추천(1) | 스크랩(0) 월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시대와 시를 생각하며, 나는 걷는다. 법망이 뒤얽힌 거리를 빠져 나가며 마주치는 모든 눈동자 속에서 공포에 질린 피의자를 만난다. 신경을 감춘 모든 건물과 담 밑에서 만난 사람들이 웬일로 말없이 눈시울을 붉히고 등뒤에서 번득이는 보안등, 불빛이 이룬 가장 깊은 그늘을 본다. 사람들이 황망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문마다 빗장을 거는 소리, 집집마다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어둡고 비탄에 잠긴 한숨과 모든 침묵 속에서 나는 한시대가 이룩한 가장 두렵고 아픈 소리를 듣는다 월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시대와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생각하며 보고 듣고 그리고 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