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동주 시

七夕(칠석). 이슥한 밤 저 멀리 상수리 숲 언저리에 작은 등불이 가물거리는 것이 마치 아다치가하라*의 오두막처럼 매혹적이다 무사시노(武蔵野)라는 이름이 살아 숨 쉬는 수풀 무성한 길 이곳에 오면 아직도 수많은 별들을 만날 수 있다 은하수에는 잔물결이 일고 강기슭엔 견우성과 직녀성이 오늘 밤에도 어쩐 일인지 깊이 숨죽이고 있다 “당신들! 내 뒤를 따라온 거야?” 갑자기 풀숲에서 붉은 구릿빛 알몸뚱이가 튀어나와 위협한다 훅 하고 풍기는 소주 냄새 나는 흠칫 방어 태세를 취한다 방어 태세를 취하는 건 얼마나 나쁜 버릇인가 “오늘 밤은 칠석이잖소 별을 보러 왔지요.”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도 태평하게 어둠 속을 흐른다 “치일석? 칠석…… 아아 그랬군 난 또, 내 뒤를 쫓아왔나 싶어서…… 이거…… 실례했습니다.” 칠석이라는 말.. 더보기
26 - 31, 自我.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시 '새로운 길'전문 *산 아래 불이 있어 산을 비춰준다. 땅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서로 친함을 뜻하는 비괘의 형상이다.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만국을 세우고 제후들을 가까이 했다. -비(比) -이해와 깨닳음은 삶의 열쇠다. 깨닫는 힘이란 곧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옛날 선가에서 수행자가 선사에게 물었다. "언어나 침묵이나 다 같이 본질과 현상 모두에 관계된 것인데, 어찌해야 도를 다치지 않으면서도 도에 통할 수 있겠읍니까?" 그러자 선사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