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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비오는 날의 인사.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나이를 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잊은 채로 당신의 나라에 와버렸고 잊은 채로 당신의 학교에까지 와버렸습니다 팔짱을 끼고 독수리상을 지나서 좀 왼쪽으로 올라가면 당신의 비석이 서 있습니다 당신의 나이를 넘은 제 삶을 여기에 옮긴 것은 옳았던 것인지 "여기는 윤동주 선배님의 조용한 안식처입니다.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맙시다." 오늘은 비가 지독하고 팻말은 풀숲 속에 쓰러진 채 비에 젖어 있었지만 후배들은 여기서 담배 따위는 피우고 있지 않아요 여기 올 때마다 조그마한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시인이 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당했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라고 일본의 한 뛰어난 여성시인이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서입니다. 그것은 저희 어머니의 .. 더보기
가을에 읽는 윤동주의 시, 몇 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을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시 '길' 모두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