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순정

‘자연’을 닮아 간다. 아버지께서 갈꽃비를 만드신다 지난가을 당신처럼 하얗게 늙은 갈대꽃을 한아름 꺾어 오시더니 오늘은 당신 몫의 생애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묶듯이 갈꽃비를 만드신다 나이 들어 정신도 육신도 가벼워진 아버지와 갈대꽃이 한데 어우러져 조용히 흔들린 끝에 만들어진 갈꽃비 평생 짊어진 가난을 쓸기엔 너무 탐스럽고 세상 더러움을 쓸기엔 너무 고운 저 갈꽃비로 무엇을 쓸어야 할까 서러운 세월 다 보내신 아저비의 한 방울 눈물을 쓸면 딱 알맞겠는데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 정 낙추 시 ‘갈꽃비’모두 * 따가웠던 햇살도 이제는 아리따운 여인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온 몸에 따사로운게 제법 서늘한 바람과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언제나 나를 깨우게 하는 것은 시간의 명징성. 세상 한 모퉁이의 그 정직.. 더보기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프고... 당신은 홍차에 레몬 한 조각을 넣고 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쌉싸름한 맛을 좋아했지 단순히 그 차이뿐 늦은 삼월생인 봄의 언저리에서 꽃들이 작년의 날짜들을 계산하고 있을 때 당시은 이제 막 봄눈을 뜬 겨울잠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인도에서 겨울을 나는 흰꼬리딱새를 이야기했지 인도에서는 새들이 흰디어로 지저귄다고 쿠시 쿠시 쿠시 하고 아무도 모르는 신비의 시간 같은 것은 없었지 다만, 늦눈에 움마다 뺨이 언 꽃나무 아래서 뜨거운 홍차를 마시며 당신은 둘이서 바닷가로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번개가 쳤던 날 우리 이마를 따라다니던 비를 이야기하고 나는 까비 쿠시 까비 감이라는 인도 영화에 대해 말했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프고 망각의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이 언젠가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새들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