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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자연’을 닮아 간다.

어떤 풍경에도,, 스며들고 싶다.




아버지께서 갈꽃비를 만드신다
지난가을
당신처럼 하얗게 늙은
갈대꽃을 한아름 꺾어 오시더니
오늘은 당신 몫의 생애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묶듯이
갈꽃비를 만드신다

나이 들어 정신도 육신도
가벼워진 아버지와 갈대꽃이
한데 어우러져 조용히 흔들린 끝에
만들어진 갈꽃비
평생 짊어진 가난을 쓸기엔 너무 탐스럽고
세상 더러움을 쓸기엔 너무 고운
저 갈꽃비로
무엇을 쓸어야 할까

서러운 세월 다 보내신
아저비의 한 방울 눈물을 쓸면
딱 알맞겠는데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 정 낙추 시 ‘갈꽃비’모두



* 따가웠던 햇살도 이제는 아리따운 여인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온 몸에 따사로운게 제법 서늘한 바람과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언제나 나를 깨우게 하는 것은 시간의 명징성. 세상 한 모퉁이의 그 정직한 에너지는 삶의 파동을 일으켜 흐르고 흘러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살면서 시원하게 울어 본 날이 몇번이나 될까?!… 세상의 일면에 잔 눈물이 많아짐은 늙는다는 증거라는데,, ‘울컥’이 잦아지는 눈시울이 당혹스럽다. 예전의 아버지는 어떠셨을까? 하고 생각하니,, 죄송스런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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