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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 국밥

국밥 한그룻,, 먹고서. 시장통 국밥집은 수증기 꽃이 핀다 아버지 사라진 날에도 국밥의 온도는 식지 않고 김이 자욱했다 솥단지는 노모가 지어놓은 방이다 오늘을 찬밥 위에 쏟아붓는다 솥단지로 스며든 나는 식어가는 체온으로 아버지를 기다린다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노모의 국자는 솥단지 안에서 식어가던 돌아온 아버지를 걷어들이고 국밥의 체온을 식은 밥위로 쏟아붓는다 아버지가 다시 사라졌다 골목 입구와 골목 출구는 찬 밥에 뜨거운 국물로도 아버지를 배어들게 할 수 없었다 국밥의 온도가 식지 않고 수증기로 피어오르면 식어가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아직 식지 않은 나를 위해 부었다 따르기를 따랐다 붓기를 온몸의 색이 바랜 아버지의 옷은 도박으로 집을 팔고 가게를 저당잡혔다 시장통 국밥집에서 노모는 수증기를 휘휘 저어 거품을 걷어 내고.. 더보기
금이 간 그릇. 이성복 시인의 시 「소멸에 대하여」 에는 늙은 수건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보다 오래 산 수건 이야기를 읽고 집에 수건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저 먼 안데스의 나라에는 올이 빠진 수건 같은 날개로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있고 옛 중국에서는 붉은 수건을 두르고 세상을 뒤엎고자 한 무리도 있었다. 수건을 조심해야 한다. 아내는 화장실에 늘 두 개의 수건을 걸어놓는다. 나의 얼굴이나 손이 훨씬 지저분하기 때문일 거다. 대개 새 것이거나 깨끗한 것은 무게가 없다. 그렇다고 자동차 휠이나 흘린 소변을 닦아본 수건에 대하여 내가 뭘 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목욕탕에 가면 사타구니와 발을 닦던 수건으로 사람들은 제 얼굴을 닦는다는 걸 수건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시 걸레라는 후생이 있고 보면 수건은 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