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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른 새’ / 박남수 시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박남수 시 ‘새’모두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 더보기
El Condor Pasa..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장석남] 점등시간 77번 좌석버스를 탔다 나는 페루에 가는 것이다 시드는 화환처럼 해가 진다 바람은 저녁 내내 창 유리의 흰 페인트를 벗겨내고 있다 이른 산책의 별이 하나 비닐 봉지처럼 떴다 허공에 걸려 있는 푸른 풍금 소리들 나를 미행하는 이 깡마른 적막도 끝내 페루까지 동행하리라 철망 위에 앉아 우는 새 새의 울음속에 등불이 하나 내어 걸린다 페루의 유일한 저녁 불빛 밤새 파도들은 불빛으로 낮게 포복해 몰려와 몸을 씻고 있다 불빛을 따라간 한 목숨을 씻어주고 있다 나는 내내 페루에 가고 있는 것이다 새들의 페루 [신용목]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의 운명을 업고 온다 도심 .. 더보기
31. 삶의 美笑. 파도처럼,, 삶은 끝임없이 이어진다. 가지에서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이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大慈大悲)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 간다. -천상병시 '새'전문 *구름이 몰려왔으나 아직 비는 내리지 않으니,, 하늘아래 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이 만남을 뜻하는 구괘의 형상이다. 하늘 아래 산이 있는 것이 은둔을 뜻하는 둔괘의 형상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악이 아니라 위엄으로 그들을 대한다. -둔(遯) -진실한 마음은 삶의 양념이다. 하지만 양념만 가지고는 어떤 음식도 만들 수 없다.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희망차게 꾸려가고자 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