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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의 시/김 수영 시.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 수영 시 ‘풀’ 모두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 더보기
눈송이로 당신곁에 내릴수 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세상 뜰 때 배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를 연주해달라 했고 아이제이어 벌린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를 부탁했지만 나는 연주하기 전 조율하는 소리만으로 족하다 끼잉 낑 끼잉 낑 댕 동, 내 사는 동안 시작보다는 준비동작이 늘 마음 조이게 했지 앞이 보이지 않는 갈대숲이었어. 꼿꼿한 줄기들이 간간이 길을 터주다가 고통스런 해가 불현듯 이마위로 솟곤 했어. 생각보다 늑장부린 조율 끝나도 내가 숨을 채 거두지 못하면 친구 누군가 우스갯소리 하나 건넸으면 좋겠다. 너 콘돔 가지고 가니? - 황동규 시 '세상 뜰 때' 모두 * 눈이 부시게 그리운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비가 오시거나 눈이 내리면,, 저 빗속에 저 내리는 눈속에 묻혀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 어깨에 살며시 내리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