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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2월의 시 - 2월의 동백, 김 승희 시.

벌써, 동백은 지고 유채꽃이 찬란하다!(초록여신님 사진)





2월은 좀 무언가가 부족한 달
동백꽃은 한떨기 한떨기 허공으로 툭 떨어진다
떨어져서도 꿈틀대며 며칠을 살아 있는 꽃 모가지
낙태와 존엄사와 동반자살, 그런 무거운 낱말을 품고
선홍빛 꽃잎, 초록색 잎사귀
툭, 동백꽃은 모가지째로 떨어져 죽는다
부활이란 말을 몰라
단번에 죽음을 관통한다

더 이상 퇴로는 없었다
칼로 목을 자르자 하얀 피가 한길이나 솟구치고
캄캄해진 천지에 붉은 꽃비가 내렸다는
겨울 속의 봄날
산 채로 모가지가 떨어지고
모가지째로 허공을 긋다가 땅바닥에 툭 떨어져
피의 기운으로 땅과 꽃봉오리는 꿈틀대고

한떨기 한떨기가 피렌체 르네상스 같은 동백꽃,
너무 아름다워 무서웠던 파란 하늘 아래
꽃의 성모 마리아, 빛나는 한채의 두오모 성당의 머리를 들고
툭, 무겁게 떨어지는 동백꽃

여한 없이 살았다
여한 없이 죽었다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다



- 김승희 시 ‘2월에 동백꽃은‘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창비, 2021.





* 몇해전에 제주 올레길을 2차로 완주하고 제주와, 다소 멀어 졌지만,, 제주에 지우들이 많아 ‘꽃소식’을 전해 듣는다. ‘입춘‘이 어제였고 상온도 10도에 가까워 진정 봄이 오는가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더니 바람이 심하고 어두워지면서 눈이 내리더니,, 퇴근길에 병원으로 향하는데 ‘눈보라’가 치듯 쏳아지는데 우산없이는 잠시 걷기 힘들 정도로 내린다. 병원에 도착 즈음에는 눈보다 비가 더 보이는듯 하지만,, 변화무쌍 한 기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