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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씻김.


'물'부음과 발씻김 - 버려진 신발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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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love. | 2005/11/03 (목)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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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속으로 걸어갈 뿐이다
벽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였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 정호승시 '벽'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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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청에서 서울시청 근처까지 출퇴근 하다 보면, 구두 도매상이 즐비한 곳을 지나치게 된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길가에 버려진 신발을 보게 되는데 버려진 신발은 사람의 체온을 오래 간직해서
 
일까 길가에 다소곳이 버려져 있어도 왠지 낯설치 않은 정겨운 풍경으로 내눈에 다가온다. 어제는 구
 
두가 세컬레 놓여 있었는데 서울역 근처의 노숙자들이 오더니 자기 신발과 바꿔 신고 간다. 아하, 저
 
런 이유에서 상인들이 헌신발을 스레기속에 버리지 않고 따로 내놓는구나! 작은 깨침. 세상은 이레저
 
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이다.
 
 
신발을 생각 하다가,우리가 머리에 부움받는 세례생각이 났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행하신 '발씻김'이
 
떠올랐다. 우리가 세례를 받아 영으로 거듭 남으로 새 삶을 살고, 주께서 우리에게 행함과 같이 서로
 
의 발을 씻겨 '섬김'의 행함을 이루는 신앙 이어야 함인데.., 전에 고3 학생들에게 세족식을 행하려 하
 
다가 여학생들이 발을 씻김을 부끄러워 하여 손을 씻김으로 대처한 생각도 난다. 진정 무릎을 끓고
 
상대를 우러르며 겸손히 발을 씻기는 자세.., 다시 되 새겨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