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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거리

“ 커피 한잔 만....”

소낙눈 내리던 서울역 광장, 바쁜 출근길 아침
너무 추워 커피 한잔 부탁한 노숙인에게
점퍼∙장갑 모두 벗어주고 홀연히 사라진 한 시민.

갑작스럽게 많은 눈이 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한 시민이 거리 노숙인에게 자신의 방한 점퍼와 장갑을 벗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소낙눈이 쏟아진 18일 오전, 거센 눈발이 그치기 전 사진 취재를 하기 위해 서둘러 서울역 앞 광장으로 향했다. 바쁜 출근길 시민들도 지각이라도 할세라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내 멀리 광장 한켠 흡연구역 앞 두 남자가 뭔가를 주고받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온다. 깔끔한 차림의 한 남자가 자신이 입고 있던 긴 방한 점퍼를 벗어 노숙인에게 입혀주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주머니 속 장갑과 5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노숙인에게 건넨다.

‘무슨 일일까?’ 상황이 끝난 듯해, 얼른 뛰어가 노숙인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 선생님이 잠바랑 장갑이랑 돈도 다 주신 거예요?” “네, 너무 추워 커피 한잔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소낙눈이 쏟아진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한 시민이 거리 노숙인에게 자신의 방한 점퍼를 덮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주위를 둘러보자 점퍼를 건넨 남자는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미끌미끌 눈길 위로 뒤쫓아갔지만 그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숙인에게 다시 상황을 물어보려 돌아봤지만 그도 어디론가 없어진 뒤였다.

5분 아니 3분도 안 되는 짧은 찰나, 마치 단편영화 한편을 본 듯했다. ‘그 남자는 왜 자신의 점퍼와 장갑을 그 노숙인에게 선뜻 내주었을까?’ 강한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던 소낙눈은 점점 그쳐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한겨레 신문 발취




* 가끔 삭막한 서울 한복판 귀퉁이에서 말없이 자신을 나누는 ‘사람’을 보게 된다. 더블어 살며 ‘나눈다’ 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도 도움을 청하는 ‘낯선 이’ 를 부디 외면하지 않기를,,


사는게 때로 ‘울컥’ 하게 고맙다.





(첨부파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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