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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그 쓸쓸한 영혼

‘천재’ 그 절실한, ’고독‘ - 이 상 시인.

조금은 낯설음,, 뚜렷한 시각차이.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减)해간다. 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이상 시 ‘ 가정(家庭)’
(『카톨릭청년』 34호, 1936.2)
*제웅 : 짚으로 만든 모조 인형,
   식구 : 여기서는 아내의 호칭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오.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상 시 ‘오감도(烏瞰圖) : 시 제1호’
*. (조선중앙일보 : 1934.7.24)




거울속에는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고.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이상 시 ‘거울’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어머니의얼굴은 박색임에틀림이없겠지만저사내아버지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이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은부자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한후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라고하는것은아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니라성행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이후대체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될이만큼험상궂은얼굴이라는점으로보아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이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고하였을것임에는틀림이없을것이지만대체로아해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숭내내는성질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를유랑하여저사내가제법사람구실을하는저사내로장성한후로도아직돌아오지아니하던것임에틀림이없다고생각되기때문에또그렇다면서사내어머니는대체어떻게그날그날을먹고살아왔느냐하는것이문제가될것은물론이지만어쨌든간에저사내어머니는배고팠을것임에틀림없으므로배고픈얼굴을하였을것임에틀림없는데귀여운외 톨자식인지라저사내만은무슨일이있든간에배고프지않도록하여서길러낼것임에틀림없을것이지만아뭏든아해라고하는것은어머니를가장의지하는것인즉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저것이정말로마 땅스런얼굴이구나하고믿어버리고선어머니의얼굴만을열심으로숭내낸것임에틀림없는것이어서그것이지금은입에다금니를박은 신분과시절이되었으면서도이젠어쩔수도없을이만큼굳어버리고 만것이나아닐까고생각되는것은무리도없는일인데그것은그렇다 하더라도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저험상궂은배고픈얼굴은있느냐.


- 이상 시 ‘얼굴’
  * 1931.8.15




아내는낙타를닮아서편지를삼킨채로죽어가나보다.
벌써나는그것을읽어버리고있다.
아내는그것을아알지못하는것인가.
오전열시전등을끄려고한다.
아내가만류한다.
꿈이부상되어있는것이다.
석달동안아내는화답을쓰고자하여상금써놓지는못하고있다.
한장얇은접시를닮아아내의표정은창백하게수척하여있다.
나는외출하지아니하면아니된다.
나에게부탁하면된다.
자네애인을부러줌세아드레스도알고있다네

- 이상 시 ‘ 아침에 대한 고찰‘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 이상 시 ‘최후’




네온사인은쌕스폰과같이수척하여있다.

파릿한정맥을절단하니샛빨간동맥이었다.

-그것은파릿한동맥이었기때문이다-
-아니! 샛빨간동맥이라도저렇게피부에매몰되어있는한...

보라!네온사인인들저렇게가만-히있는것같어보여도기실은부단히네온가스가흐르고있는게란다.

-폐병쟁이가쌕스폰을불었더니위험한혈액이검온계와같이
-기실은부단히수명이흐르고있는게란다.


- 이상 시 ‘ 가구의추위‘
* 가구: 길거리, 기실: 사실




故王의 땀...... 모시수건으로 닦았다...... 술잔을 넘친 물이 콘크리트 수채를 흐르고 있는 게 말할 수 없이 정다워 난 아침마다 그 철조망 밖을 걸었다.

야릇한 헛기침 소리가 아침 이슬을 굴리었다 그리고 순백 유니폼의 소프라노

내 산책은 어쩐 일인지 끊기기 일쑤였다 열 발짝 또는 네 발작 나중엔 한 발짝의 반 발짝......

눈을 떴을 땐 전등이 마지막 쓰게[被物]를 벗어 버리고 있는 참이었다.

땀이 꽃 속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폐문시각이 지나자 열풍이 피부를 빼앗았다.

  

기러기의 분열과 함께 떠나는 낙엽의 귀향 散兵...... 몽상하기란 유쾌한 일이다...... 祭天의 발자국 소리를 작곡하며 혼자 신이 나서 기뻐하였다 차가운 것이 뺨 한 가운데를 깎았다. 그리고 그 철조망엘 몇 바퀴나 가서 低徊하였다.

야릇한 헛기침소리는 또다시 부뚜막에 생나무를 지피고 있다 눈과 귀가 토끼와 거북처럼 그 철조망을 넘어 풀숲을 헤쳐 갔다.

第一의 玄?. 녹슬은 金環. 가을을 잊어버린 양치류의 눈물. 薰?來往

아침해는 어스름에 橙汁을 띄운다.

나는 第二의 玄?에게 차가운 발바닥을 비비었다. 金環은 千秋의 恨을 들길에다 물들였다. 階□의 刻字는 안질을 앓고 있다-- 백발노인과도 같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야릇한 헛기침소리는 眼前에 있다 과연 야릇한 헛기침소리는 眼前에 있었다 한 마리의 개가 쇠창살 안에 갇혀 있다 양치류는 선사시대의 만국기처럼 무쇠우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가로운 아방궁 뒤뜰이다.

문패-- 나는 이 문패를 간신히 발견했다고나 할까--에 年號 같은 것이 씌어져 있다. 새한테 쪼아먹힌 문자 말고도 나는 아라비아 숫자 몇 개를 읽어낼 수 있었다.


- 이상 시 ‘무제(無題)‘




-자가용복음
-혹은 엘리엘리라마싸박다니

하이한천사 -이수염난천사는큐피드의조부님이다.
                   -수염이전연(?)나지아니하는천사하고흔히결혼하기도한다.

나의늑골은2떠-즌(ㄴ). 그하나하나에노크하여본다. 그속에서는해면에젖은더운물이끓고있다. 하이한천사의펜네임은 성피-타-라고.
고무의전선 -똑똑똑똑
                   -버글버글
열쇠구멍으로도청
(발신)유다야사람의임금님주무시나요?
(반신)찌-따찌-따따찌-찌-(1) 찌-따찌-따따찌-찌-(2) 찌-따찌-따따찌-찌-(3)
흰뺑키로칠한십자가에서내가점점키가커진다. 성피-타-군이나에게세번씩이나아알지못한다고그린다.
순간 닭이활개를친다...
- 어엌 크 더운물을 엎질러서야 큰일날노륵-


- 이 상 시 ‘내과’
* 엘리엘리라마싸박다니: 나의신나의신왜나를버리셨습니까? (히브리어)
하이한천사: 하얀천사
2떠-즌(ㄴ): 늑골이 쌍(2)으로 있어서?(의미 좀 알려주실분.. )
성피-타-: 성자 베드로
해면의젖은더운물: 좋지않은폐 + 가래?
고무의전선: 폐를 진찰하는 전자 의료기기?
(발신자): 의료기계를 쳐다보는 사람?
(반신자): 의료기계?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 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들이깨끗이씩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 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 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 이상 시 ‘ 이런 시‘




신통하게도혈홍으로염색되지아니하고하이얀대로뺑끼를칠한사과를톱으로쪼갠즉속살은하이얀대로
하느님도역시뺑키칠한세공품을좋아하시지-사과가아무리빨갛더라도속살은역시하이얀대로.
하느님은이걸가지고인간을살작속이겠다고.

묵죽을사진촬영해서원판을햇볕에비쳐보구료-골격과같다.
두개골은석류같고아니석류의음화가두개골같다(?)
여보오 산사람골편을보신일있수? 수술대에서- 그건죽은거야요
살아있는골편을보신일있수? 이빨! 어마나- 이빨두그래골편일까요. 그렇담손톱두골편이게요?
난인간만은식물이라고생각됩니다.


- 이상 시 ‘ 골편에 대한 무제‘
* 골편: 뼛조각
홍혈: 짙은 핏빛깔
묵죽: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대나무의 잎과 줄기를 그리는 몰골법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
음화: 사진술에서 실제 대상과 명암이 나타남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사각인원운동의사각인원운동의사각인원.
석감이통과하는혈관의석감의향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본떠만든지구의를본떠만든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향수가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하늘에붕유하는Z백호. 회충양약이라고쓰여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고있는마드무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제공식.
시계문자반에XII에내리워진두개의젖은황혼.
도아의중의도아의중의조롱의중의카나리아의중의감살문호의중의인사.
식당의문간에방금도착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검정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실린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가구를질구하는조화금련. 위에서내려오고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
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
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처로운해후에애처로워하는나)
사각이난케-스가걷기시작한다.(소름끼치는일이다)
라지에-터의근방에서승천하는끝빠이.
바깥은비.발광어류의군집이동


- 이상 시 ‘ 건축무한육면각체 (建築無限六面角體)‘

#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신상품의 가게에서'라는 뜻으로 Magasin de Nouveautés는 옛 프랑스어로 백화점을 뜻한다고 한다. 현대 프랑스어로는 grand magasin 어떤 평론 혹은 기사에서는 '마가쟁 드 누보테'가 실존하던 가게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한 사실 여부는 불명.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는 1932년 발표한 이상의 연작시이다. 원래 일본어로 쓰인 작품이다.

원문) 참조.


AU MAGASIN DE NOUVEAUTES
編集

四角の中の四角の中の四角の中の四角の中の四角。

四角な円運動の四角な円運動の四角な円。

石鹸の通過する血管の石鹸の匂を透視する人。

地球に倣つて作られた地球儀に倣つて作られた地球。

去勢された襪子。(彼女のナマヘはワアズであつた)

貧血緬𫃠。アナタノカホイロモスヅメノアシノヨホデス。

平行四辺形対角線方向を推進する莫大な重量。

マルセイユの春を解纜したコテイの香水の迎へた東洋の秋。

快晴の空に鵬遊するZ伯号。蛔虫良薬と書いてある。

屋上庭園。猿猴を真似てゐるマドモアゼル。

彎曲された直線を直線に走る落体公式。

文字盤にⅩⅡに下された二個の濡れた黄昏。

ドアアの中のドアアの中の鳥籠の中のカナリヤの中の嵌殺戸扉の中のアイサツ。

食堂の入口迄来た雌雄の様な朋友が分れる。

黒インクの溢れた角砂糖が三輪車に積荷れる。

名刺を踏む軍用長靴。街衢を疾駆する造花金蓮。

上から降りて下から昇つて上から降りて下から昇つた人は下から昇らなかつた上から降りなかつた下から昇らなかつた上から降りなかつた人。

あのオンナの下半はあのオトコの上半に似てゐる。(僕は哀しき邂逅に哀しむ僕)

四角な箱棚が歩き出す。(ムキミナコトダ)

ラヂエエタアの近くで昇天するサヨホナラ。

外は雨。発光魚類の群集移動。




** 이상(李箱); 본명 : 김해경(金海卿)
1910년 서울 출생
1924년 보성고보 졸업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1930년 『조선』에 소설 「12월 12일」을 발표
1931년 조선 미전(朝鮮美展)에서 「자화상」 입선
1934년 구인회에 가입
1936년 동경행
1937년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일경에 체포, 감금됨
1937년 4월 17일 동경 제대 부속 병원에서 사망

시집 : 『이상선집』(1949), 『이상시전작집』(1978), 『이상시전집』(1989)


* '이상'이라는 필명은 김해경이라는 본명을 '긴상(김씨)'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김 씨와 이 씨를 헷갈려 실수로 '이상'이라고 불렀던 것에 유래한다는 말과, 친구 구본웅이 선물로 준 오얏나무로 만든 화구 상자를 받고 친구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오얏나무 상자'라는 뜻의 '이상(李箱)'으로 지었다는 말이 있는데,, 어쨌거나 이상 자신은 자신의 필명에 만족한 듯합니다.



*** 이상 뒷 이야기.


이상에 대한 이야기, 하나
―수수께끼 같은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상(李箱)은 1910년 한일합방이 되던 해에 서울 사직동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란 서울 토박이였습니다. 보통학교(신명학교) 시절 이상은 살색이 희고, 국어보다는 그림을 좋아했고, 체육을 싫어하는 아이, 그리고 담배 '칼표' 껍질에 나오는 도안을 거의 그대로 모방해 그림을 그리고, 길가에 버려진 화투 목단 10끗자리를 그대로 그려 동네에서 자랑이 되기도 한 아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성고보 당시 동창들의 회고에 따르면 이상은 그림을 매우 잘 그렸고,자주 '난 화가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보성고보 재학 시절에 이상은 교내 미전에서 1등상을 수상했고,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였던 당시 미술 교사 고희동은 이상의 재주를 알고 극진한 사랑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경성고등공업학교을 1929년에 졸업한 이상은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하게 됩니다. 그는 서대문구 의주통에 있는 전매청 공사를 비롯하여 몇 군데의 설계를 입안, 현장감독을 맡으며 일하게 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상은 1929년 12월에는 조선건축학회 기관지인 <조선과 건축>의 표지 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되었고, 1931년에는 <조선과 건축>에 몇 편의 일문시들을 발표했으며, 제9회 조선미전에 서양화 <자화상>으로 입선합니다. 이때 처음으로 폐결핵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1932년 7월,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이상'이라는 필명으로는 처음으로 발표합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를 표제로 하여 이상은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발표)를 비롯하여 <열하약도>,<진단 0:1>, <22년>, <출판법>, <차(且)8씨의 출발>, <대낮> 등 일곱편을 발표합니다. 일련의 '이상스런' 스타일의 시로 이상은 당시 시단의 이단아가 됩니다. 그의 인생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발표를 계기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지요.



이상에 대한 이야기, 둘


자, 이제 이상이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한 이후에 얼마나 괴팍한 인생을 살았는지, <이상,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상은 조선인이라고는 고작 세 명 밖에 다니지 않았던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 한 후에 총독부의 유능한 건축기사로서 일해 왔습니다. 직장 생활에 익숙해진 후에 느끼게 된 권태로움으로 이상은 종종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피우며 앉아있었지요. 이런 이상을 건축과장이 곱게 보았을리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상에게 많은 설계서류와 상신 서류철을 맡기며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고 틀린 것을 밝히도록 했지요. 아마 며칠이 걸릴 지도 모르는 많은 양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상은 단 이틀 만에 완벽한 서류를 과장에게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이상이 불쑥 건축기사직을 버리고 총독부를 나온 것은 참 의아한 일이 아 닐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가 폐결핵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 이유야 이상이 아니고서는 누가 알겠습니까. 어쨌든 이상은 건축기사직을 그만 둔 이후에 서울 시청 앞의 낙랑팔라에 출입하면서 만났던 구본웅과 함께 황해도 연안에 있는 백천 온천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이상은 바로 그 인생을 바꿔 놓을 한 여자를 만납니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그 여자가 바로 '금홍'이었습니다.

금홍은 그 지방에 있는 술집 능라정의 작부로 본명은 (소설<날개>에서도 나오지 만) 연심이었습니다. 이상의 글벗 윤태영의 말을 빌리면 금홍이는 보들레르의 흑인 혼혈 정부 잔느 뒤발을 방불케 할 만큼 성적 매력을 가득 지닌 여자였다고 합니다. 이상과 금홍의 관계는 참으로 '이상스런' 것이었습니다. 이상은 금홍에게 여러 남자들, 특히 자기가 잘 알고 있는 구본웅이나 우씨와 같은 인물들을 권합니다. <날개>의 나와 아내의 관계처럼 이상스런 관계였지요. 그러나 이상은 '우리 내외는 이렇게 세상에도 없이 현란하고 아기자기하였다.'고 회상합니다.

서울에 온 이상은 구본웅과 함께 청진동에 다방을 엽니다. 자신의 선전 입선작인 유화 <자화상>을 걸어놓고, 금홍이를 마담으로 앉힌 다방 '제비'의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그저 <자화상>만이 걸려있는 다방에서 금홍이는 차를 팔고 이상은 골방에 처박혀 있다가 밤에나 외출을 하는 기이한 생활이 시작됩니다. .



이상에 대한 이야기, 셋


앞에서 이상이 금홍이를 만나 카페 <제비>를 열게 된 것까지 이야기 했지요. 이제 <제비> 이후에 이상의 생활을 한번 한번 알아볼까요. <제비>에서 이상은 구본웅의 소개로 소설가 박태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유명한 갑바머리의 모던보이였습니다. 이상은 박태원과의 친분으로 박태원이 조선일보에 연재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삽화를 그리기도 하지요. 하융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이상은 박태원의 소개로 정인택, 윤태영 등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문학을 옹호해주는 김기림, 이태준, 정지용 등을 만나 그들과 사귀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상은 매우 괴팍한 인물이며 사교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편견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은 이렇게 9인회와 만나게 되고 김기림, 정지용의 추천으로 9인회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상은 9인회의 좌장격인 이태준의 소개로 <조선중앙일보>에 그 유명한 오감도를 연재하게 됩니다. <오감도>는 원래 30회 연재로 시작되었지만 신문사 안팎에서 문제가 터지면서 15회 연재로 중단됩니다. ‘오감도'는 '조감도'의 오자가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무슨 미친놈의 잠꼬대냐', ‘이상을 죽여야 해'까지 독자들의 투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신문사 학예부장이었던 이태준이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사태였지요.

이 시기에 금홍이는 서울 생활에 권태를 느끼다가 어느날 가출을 해버립니다. 이상이 금홍이에게 얻어맞고서 금홍이가 너무 무서워 외박을 하고 나흘 만에 들어와보니 금홍이는 '때묻은 버선을 윗목에다 벗어 놓고' 나가 버린 뒤였지요. 그러다가 두달 뒤에 이상이 금홍이라는 이름 석자를 깨끗하게 잊어버린 어느날 금홍이는 초췌한 모습으로 그를 다시 찾아옵니다.

이상: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그만해두 두 달지간이나 되지 않니? 헤어지자 응?
금홍:그럼 난 어떻게 되우 응?
이상:마땅한 데 있거든 가거라 응?
금홍:당신두 그럼 장가가나 응?

결국 두 사람은 이렇게 헤어지게 되고 금홍은 이상에게 2인용 베개를 선물로 주고 가버립니다. 그렇지만 이상은 두 주일 째 되자 금홍에게 돌아오라고 엽서를 보내고, 금홍이 그를 찾아가보니 이상은 며칠 못 가서 굶어죽을 것 같아서 그날부터 두 팔을 걷어 벌어다 먹여 살리지요. 그렇지만 금홍은 다섯달이 지나 또 가출해 버립니다.



- ‘일세의 귀재 李箱은 그 通生의 대작 한 편을 남기고 서력 기원후 1937년 丁丑 3月 3日 未時 여기 백일 아래서 그 파란만장의 생애를 끝막고 문득 卒하다. 향년 만 25세와 11개월. 오호라! 상심 크다. 허탈이야. 잔존하는 또 하나의 李箱 구천을 우러러 호곡하고 이 寒山一片石을 세우노라. 애인 정희는 그대의 몰후 수삼인의 비첩된 바 있고 오히려 장수하니 지하의 李箱아! 바라건댄 명목하라.'

이상은 작품 '종생기'에서 자신의 최후를 썼습니다. 작품 속에서 자신 스스로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쓰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날개야다시돋아라.
한번만더날아보자꾸나"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이 자신의 대표작 '날개' 속에서 내뱉은 이 처절한 외침은 지금도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애절한 명언입니다.



- 간단히 서술한 ’뒷 이야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