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스의 완전한 소멸 썸네일형 리스트형 눈이오고, 바람불고 비가 내려도.., 오늘. 일주문 지나 천은사* 가는 길 늙은 느티나무들이 몸을 뒤틀고 있다 수령 이백오십년이라 적힌 입간판을 지나며 한 자리 그렇게 오래 서있으면 무슨 재주 있어 안 뒤틀릴까 싶다 그 앞에서 일행과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는데 속내 다 드러나도록 뚫린 밑동이 안으로 해쓱한 늦가을 볕들이 졸음처럼 스르르 몰려든다 저것의 생은 얼마나 지루할까 싶어 구멍 안에 머릴 들이밀고 긴 소리 한 번 내질러 보는데 까딱없이 서서 소통의 기미 없다 침묵, 그것은 내 가벼움에 대한 단단한 대답이지 싶어 산문 밖에 쌓아두고 온 부질없는 것들 다 비워낼 구멍 하나 내 가슴에도 뚫렸으면 싶다 미련한 건 인간이지 그가 산 세월이 몇 갑잔데 한 갑자도 못 산 인간 하나 객쩍은 짓에 꿈쩍이나 할까 쳐다보니 아득하다 - 김명기 시 '수령이 이백..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