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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기원과 절대고독 / 김 현승 시인.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인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 김 현승 시 ‘절대고독’모두 * 시집 [가을의 기도] 중.. 더보기
아프다. 슬프다.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 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 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 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 록 짜게 만들었으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