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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레드 레블레이션. 나는 하루를 살았는데, 생각 속에서 삼년이 지나가고 넌 그대로구나? 꿈에서는 스물하나에 죽은 친구가 나타나, 우리가 알고 지낸 삼년을 다 살고 깨어나면 또 죽고 열아홉 살이었을까요, 다락방에서 고장 난 시곗바늘을 빙빙 돌리다 바라보면 창밖은 시계에서 빠져버린 바늘처럼 툭 떨어진 어둠 그러니까 열아홉을 떠올리는 일은 열아홉이 되는 일이 아니라 열아홉까지의 시간을 다 살게 하는데, 어둠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시곗바늘처럼 창밖에는 숲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을 뿐, 생각은 해마다 달력을 찢기 위해 먼 나무를 쓰러뜨리는 푸른 벌목장입니다 숲이 사라지면 초원이 초원이 사라지면 사막이 죽은 짐승의 뼈를 하얀 가루로 날릴 때, 모래에 비스듬히 꽂힌 뿔이 가리키는 침묵처럼 세벽 세시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야기.. 더보기
‘삶’에서,, 버티어 내기 늦은 퇴근을 한다 이제 정년퇴직이 다가오는데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간다고 선배님들은 말씀하셨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조직의 그물은 단단할 것이다 가끔은 남대천 청둥오리가 자맥질을 하는 강변을 따라 바다까지 이어진 둑길을 걷고 퀸의 노래나 들으며 빈둥거려볼까 천천히 저무는 하루 오롯한 나의 하루가 기다려진다 버릇처럼 그리운 것을 찾아봐야겠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 정영욱 에세이집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를 차용 - 이 순남 시 ‘초승달을 머리에 꽂고 오는 저녘’ 모두 (버릇처럼 그리운 것, 달아실, 2021) ** 코로나 초기에서 부터 실날같이 제기되어 왔던 ‘투석환자의 코로나 확진’ 이후의 정부나 지방단체의 대응방법이 이제야 조금씩 표면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