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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린

10년의 세월 만큼,, 나는 상상했습니다 그들, 일인칭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노질을 그들이 저어가는 배의 방향들을 때로는 하루종일 때로는 밤이 새도록 멜로드라마, 사이코드라마, 홈드라마, 폭로, 스릴, 서스펜스······ 한때는 상상의 범주에 넣아주지도 않던 그런 망상들을 하고, 또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날이 지나갈수록 하나둘 그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드라마가 그다음엔 얼굴이 그다음엔 이름들이 그들의 온갖 이미지들이 다 사라지더군요 참 이상하게도 그들을 봐도 그들을 만나도 이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지니까 대신 그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군요 나는 그 구멍하고 놀았습니다 기묘한 구멍, 쓸쓸한 구멍, 끔찍한 구멍, 서러운 구멍, 특이한 구멍, 찬란한 구멍······ 언젠가는 그 구.. 더보기
때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 나폴리에서 폼페이로 가는 기차에서 나는 영원에 도달 했다 달리는 스크린의 끝에서 끝으로 천년의 바다가 대기를 밀어 올리고 미완성의 연애처럼 아련하게 퍼지는 막막함, 형태없는 아름다움이 하늘까지 피어올라,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20세기의 바퀴 소리를 잠재웠다 흐린 분홍의 수증기가 슬며시 토해낸 추억의 소란함이여 내가 읽은 만권의 책을 불살라도, 단단한 강철의 창틀을 밀어내며 내 눈을 적시는 부드러움을 만들지 못하리라 나와 바깥이 구분되지 않았던 찰나였지만, 우주가 내게 팔을 벌렸다 바람과 빛과 물이 포개지며, 生과 死가 맞닿고, 순간이 영원이었다 내가 지중해이며 내가 노을이였다 번호표가 붙은 좌석의 안락을 거부하고 창가에 서서 술렁이던 그리움이여, 추억에 갇힌 그를 황혼의 바다에 풀어주며 나는 돌아섰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