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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명랑한 생활?!... 한 개의 청바지는 열두 조각으로 만들어진다 또는 열다섯 조각 열일곱 조각 안팎이 다르게 직조된 靑처럼 세계는 흑백의 명암을 선명하게 지니고 있어 질기디질긴 그 세계는 일부러 찢어지거나 해지게 만드는 공정이 필요해 한 개의 청바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에 푸른 물이 들어야 하는지, 그러나 그들은 정작 자신이 만든 청바지 속에 들어가보지 못했지 그들의 자리는 열두 조각 중 하나, 또는 열다섯 조각 중 하나, 열일곱 조각 중 하나 명랑한 파랑을 위해 질기디질긴 삶을 박고 있을 뿐 미싱 위에서 부표처럼 흔들리며 떠다니고 있을 뿐 푸른 혓바닥처럼 쌓여 있는 피륙들 조각과 조각이 등을 대고 만나는 봉제선들 주머니마다 말발굽처럼 박히는 스티치들 우연처럼 나 있는 흠집이나 구멍들 뜨겁게 돌아가는 검은 선풍기들.. 더보기
다시 읽는,, 나희덕 시인의 시 몇 편, 좋아하는 동사를 묻자 그는 흐르다,라고 대답했다 나도 그 동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흐르다,가 흘러내리다,의 동의어라는 것을 그저 수평적 움직임이라고만 생각했다 몇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기 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눈물의 수직성을 눈에서 입술로, 상류에서 하류로, 젊음에서 늙음으로, 살아있음에서 죽음으로,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어제에서 오늘로, 그리고 내일로, 최초의 순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식으로,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의 방향으로, 기억의 밀도가 높은 시간에서 낮은 시간으로 흐르는 모든 존재는 흐르는 동시에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아래로 아래로 떠밀려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흘러오르다,라는 말이 어디 있는가 고여 있거나 갇혀 있지 않는 한 쉴.. 더보기
'은지화' - 그릴수 없는 '그리움' 까지도,,, '銀紙畵' - 그릴수 없는 그리움과 행복까지도.... 조회(627) 이미지..,love. | 2007/10/06 (토) 08:07 추천(0) | 스크랩(1) 테마스토리 - 일상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았다 두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 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데기 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데기를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없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