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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자유로운 영혼’ - 백석 시. 나는 北關(북관)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은 如來(여래) 같은 상을 하고 關公(관공)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莫逆之間(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백석 시‘고향‘모두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같이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 더보기
여인의 슬픈 ‘목’ / 노천명 시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冠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 본다. - 노천명 시 ‘사슴' 모두 대자 한치 오푼 키에 두치가 모자라는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클럼지한 손에 예술품 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 준다.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자고 괴로와하는 성미는 살이 머물지 못하게 학대를 했다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