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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체중

금이 간 그릇. 이성복 시인의 시 「소멸에 대하여」 에는 늙은 수건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보다 오래 산 수건 이야기를 읽고 집에 수건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저 먼 안데스의 나라에는 올이 빠진 수건 같은 날개로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있고 옛 중국에서는 붉은 수건을 두르고 세상을 뒤엎고자 한 무리도 있었다. 수건을 조심해야 한다. 아내는 화장실에 늘 두 개의 수건을 걸어놓는다. 나의 얼굴이나 손이 훨씬 지저분하기 때문일 거다. 대개 새 것이거나 깨끗한 것은 무게가 없다. 그렇다고 자동차 휠이나 흘린 소변을 닦아본 수건에 대하여 내가 뭘 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목욕탕에 가면 사타구니와 발을 닦던 수건으로 사람들은 제 얼굴을 닦는다는 걸 수건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시 걸레라는 후생이 있고 보면 수건은 쉽.. 더보기
내게 입맛을 돌릴 음식은?! 동인천 삼치구이 골목에 비가 내린다 말라가던 사람들이 지느러미를 움직거리며 모여든다 둥근 의자에 앉을 쯤이면 비린내를 풍긴다 젖은 얼굴들이 안주 삼아 비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조상인 물고기에 대하여 지느러미에 대하여 하루 공친 일당에 대하여 아가미를 들썩이며 50년 전통이라는 삼치구이집에 와서 삼치는 비로소 구이가 되었다 아직 어디 닿지도 못하고 구워지지도 못한 자들이 비가 오면 물결이 그리워 여기 모인다 서로를 발견한 지느러미들은 물결을 만들고 생이 젖은 사람들 비 내리는 골목 안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그저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이라고 눈을 껌뻑인다 방향도 없다 꼬리지느러미를 흔드는 지친 것들이 캄캄하게 온다 비에 젖은 막노동자였다가 막걸리였다가 물결이 되는 것들이 비 오는 날 삼치구이 골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