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이슬을 무거워하지 않기에
새벽마다 이슬이 앉았다가 사라집니다
꽃은 낙화의 때를 기다릴 줄 알기에
해마다 눈부시게 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분은 오늘도 당신대신 못 박히러 갔기에
지금 막 고개를 떨구었읍니다
이제 그만 당신은 조용히 돌아오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반하지 말라고
그분이 당신의 가난한 마음의 발을
고이 씻어드리지 않던가요
사람은 누구나 눈물과 결핍으로 만들어집니다
저와 함께 새벽 미사를 마치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골목으로
리어카를 끌고
빈 종이박스를 주으러 다니시는 할머니의
종이박스가 되어드려요
지게에 장작을 지고 장터로 가신
아버지도 평생 장작이 무겁지 않았읍니다
죽기에 참 좋은 날이 있으면
살기에도 참 좋은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정호승시 '자살하는 이에게 바치는 시'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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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후5시 30분에 친분이 있는 이들과 망년회를 가졌다. 생선회에 얼큰한 동태찌개도 곁들여서,, 위스키에 소주,, 술도 안주도 취향에 따라 푸짐한, 그러나 조촐한 자리. 산다는 것이 이처럼 '나누는' 자리에서의 따스함 같이 이어지기를 하는 마음, 한 순배 술이 돌고 모두 역전의 용사와 같은 어투로 내일을 이야기 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여태까지 버틴것도 기적이라 말하는 사람, 어려움속에서 끝없이 노력하여 그래도 괜찮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 내년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어깨를 늘어뜨리는 사람,,
-대학 졸업을 한달여 남기고 '자살'을 생각 한적이 있다. 군에서 제대후 복학하고 집안 형편상 행정고시를 포기하고 취업준비를 할때 후배의 소개로 '첫사랑'을 만났다. 여자로 만난 첫여인,,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말았지만 그때만큼 집안의 가난을 뼈저리게 느낀적은 없는것 같다. 그후로 '미친놈' 처럼 일에 파묻혀 살았지만,, 내가 장남이 아니 였다면 미치거나 지금의 내가 없었겠지.
-살면서 느끼는 것은 내 자신을 사랑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라 하겠지만 나는 30여년을 내자신을 미워하며 살아왔다. 내 자신을 하루에도 수십번 억누르며 부모의 기대나 그동안 보여왔던 주위의 내모습에, 스스로 최면을 걸며 내자신을 채찍질해 왔는지 모른다. 이제 결혼하고 자식을 둘 낳아 키우고,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가끔 묵은 감정싸움을 하면서,, 이렇게 서있다. 생각해 보면 눈시울이 젓어올때도 가끔 있지만 지나온 내삶에 후회는 없다.
-어깨를 움추리게 하는 추위! 밤 9시가 넘어서 귀가하면서 어깨가 시리다. 다소 과음한듯 머리는 아파오고 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서니 모두 일찍 잠이 들었다. 지윤, 지연이,, 내 딸들,, 산다는 것이 아이들이 성장하듯이 뿌듯함으로 함께 자랄수 있기를 아이들의 이불을 여미며 생각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말한다. 지금 부터는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내 자신을 사랑함이 이웃을, 가족을 '진정'사랑할수있는 밑 바탕임을,,, 슬품이 기쁨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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