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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가정식 백반.


'가정식 백반'을 먹으며 오늘,, 웃을 수 있을까 ...?!? 얼리
조회(644)
이미지..,love. | 2008/01/27 (일)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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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는 걸 잊으면
그 자리에 서곤 하던 시계가 있었지
긴 다리 짧은 다리 다 내려놓고 쉬다가
밥을 주면 째깍째깍 살아나던 시계,
그는 늘 주어진 시간만큼 충실했지
내가 그를 잊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갔지만
억지로 붙잡아두거나 따라가려는 마음 없이
그냥 밥 생각이나 하면서 기다리는 거야
요즘 내가 그래
누가 내게 밥 주는 걸 잊었나 봐
깜깜해 그야말로 停電이야
모든 것과의 싸움에서 停電이야
태엽처럼 감아놓은 고무줄을 누가 놓아버렸나 봐
시간은 흘러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냉장고의 감자에선 싹이 나지 않고
고드름이 녹지 않고 시계바늘처럼 매달려 있어
째깍째깍 살아있다는 소리 들리지 않아
반달이 보름달이 되고 다시 반달이 되는 것을 보지만
멈추어버린 나는 항상 보름달처럼 둥글지
그러니 어디에 부딪쳐도 아프지 않지 부서지지 않지
내 밥은 내가 못 주니까
보름이어도 나는 빛을 볼 수 없어
깜깜해 그냥 밥 생각이나 하고 있어
가끔은 내가 밥을 주지 않아 서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지
밥을 주지 않아도 잘 가는 시계가 많지만
우리가 이렇게 서버린 건 순전히 밥 생각 때문이야
밥을 준다는 것은 나를 잊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그가 감아준 태엽마다 새로운 시간을 감고 싶으니까
그때까진 停電이야 停電이라구, 이 구식 시계야.
 
 
  -나희덕 시 '밥 생각'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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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味覺)을 잃어 버렸사옵니다!" 장금이의 대사가 아니라,,, 요즈음의 내 일상사인데,, 근래에 들어서 두어달 사이에 6~7Kg 이 빠졌다. 길을 가다가 무엇이 먹고 싶어도 막상 사먹으려 하면 귀찮아 지고,, 그냥 지나치고 마는,, 바로 무엇이 먹고 싶다가도 귀찮아지고 입맛을 바로 잃는 상태에 빠졌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두볼이 핼쓱하고 허리가 날씬해 졌다고 하는데,, 전에는 단추를 열어 놓아야 입던 34의 바지가 이제는 단추가 잘 잠기는 것을 보면,, 살이 빠지긴 빠진 모양이라,, 누구는 다이어트를 하셨냐고 비결을 물어오고,, 몇 kg이나 빠졌냐고 물어오는데,, 그냥 나는 시무룩 하다. 때로는 맛깔나는 밥이 먹고 싶어서 유명한 '김치찌개 집'이나 '된장찌개 집' '청국장 집' '칼국수 집'등등... 을 전전 하지만,, 일식이나 중식, 양식도 잃어버린 내 입맛을 돋구지 못한다. 누구 말로는 두눈이 '쾡'해 졌다는데,, 이렇게 체중이 빠지니 때로 고민이 된다. 이런 나의 애닳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과 마눌님은 잘도 맛있게 먹어 대는데,, 나는 수저를 놓는다.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것을 먹어 봄으로 모든것이 새롭고 맛이 있었는데,, 세월을 더하다 보니 겹쳐지는 맛과 다양하게 늘어나는 음식의 가짓수에 참으로 "맛있다!" 하는 맛을 잃어 버린것 같다. 이리하여 생기는 것이 "원조 맛집" 인데,, 나는 요즘 모든 맛을 떠나서 무를 송송 썰어서 김장 담그듯이 무채에 양념을 하여 생굴을 넣은 김장속이 '너무나~~ 간~절'하게 먹고 싶은 것이었다. 김치도 사먹는 우리집에서 기대를 갖는 것은 허무한 일이고 때로 새롭게 찾는 할머니 식당이나 전라도식 밥집에서 기대를 해 보지만,, 때로 비슷한 무채무침이 나와도 반갑고 고맙다. 어제는 갑자기 고추장 떡볶이(취향도,,ㅉㅉ)가 먹고 싶어서 산책으로 동네를 한바퀴 돌다가 몇집을 보았는데,, 예전에 걸죽하고 맛갈스러운 빠~알간 떡볶기는 찾아볼 수 없고,, 물에 풀린 케찹을 뿌려놓은 듯한 희멀건 떡볶이 밖에 보이지 않아 입맛을 다시며 돌아와야 했다. 두어달전에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 가본적이 있는데,, 이곳도 예전과는 맛이나 재료가 너무 달라졌다. 이제는 대학가 주변에나 가서 옛날의 쫀득하고 얼큰한 맛을 찾아야 할 듯....
 
-먹는 이야기를 나열하다 보니 더욱 배가 고파 오는데 문득, 영등포시장 건너편의 '가정식 백반집'이 떠 올랐다. 예전에 한상에 3,000원 하던 저럼한 밥집. 정말 집에서 차려 주듯이 콩나물 국이나 된장국에 김구이, 김치, 젓갈 하나씩, 때로 계절 나물이나 때론 맛갈나게 무채를 어머니가 무쳐 주듯이 맛갈나게 내오던 집,, 영등포쪽으로 일을 보러 갈 때에는 꼭 들르곤 하던,, 밥 나르던 아저씨의 푸근한 미소가 정답던,, 그 밥집 아직도 있을까?!... 그 근처의 경원극장이나 크고 작은 추억의 밥집들은 벌써 다 없어 졌던데.... '행복한 눈물' 이란 작품을 보자, 구십 몇억 이라는 돈 보다도,, '맛있는 밥 한상'이 생각 났으니,,, 나는 왜 이리도 서민적인지,,, ㅎㅎㅎ,,, 바라고 원하건데 맛있는 '가정식 백반 한상'으로 잃어버린 미각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 하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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