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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네가 잠들지 못하는 이 밤에,,,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에, 라고 쓰면 딴엔 화사한 것이 적지 않던 너는 별이 빛나는 밤에, 라고 번역하던 창가였다. 창문을 열면 이제 별 한 톨 없이 고속도로의 굉음만 쏟아져 들어오는 밤, 통증 때문에 침대 끝에 나앉았는데 호랑이띠인 너는 무슨 으르렁거릴 게 많아서 이빨을 득득 갈며 잘도 잔다. 무게라면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라도 네 것까지 한껏 도맡아 안고 별빛으로 길의 지도를 읽어대던 시절의 빛이 사라진 후, 쾌락이라면 마지막 한 방울의 것까지 핥고 핥던 서로가 아픔은 한 점이라도 서로 나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멜 필요는 없으리라. 우리가 살고 사랑하고 상처 입은 날들의 적재(積載)와 같은 마주 보이는 어둠의 아파트, 하기야 생계 하나만으로도 서둘러 일어나 저렇게 몇몇 창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 더보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소월 시 '진달래꽃' 모두 * 새해가 시작되면서 모두가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예기치않은 슬픈 소식들이 전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세상엔 꼭, 만나야 할 인연도,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도 없다."라고 되새기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가끔,,, 가슴을 치는 떠나가는 인연이 존재 하는것을 보니,, 아직 수양이 덜 되었음이라. 평균수명이 70을넘어 100세를 바라본다는 세상에 또 몇몇 지우들이 세상을 떠나갔다. 세상에 태어나는것은 순서가 있지만, 세상을 떠나가는 것은 순서.. 더보기
사랑한다 사랑한다.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 눈. - 황동규 시 '조그만 사랑 노래' 모두 * 입김이 하얗게 올라 간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다.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때론 '그 만큼만' 했더라면,, 하는 '일'이, '사람'이 생겨난다. 이미 돌이킬수 없는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미련을 갖거나 가혹하게 하여 무엇하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누른다. 가족이 있고 사람들 속에 사는 한, 스스로를 단절 시키는 생활은 참으로 .. 더보기
감정의 과잉.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 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 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姿勢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 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시 '즐거운 편지'모두 * 2011년을 정리하고 반성하면서,, '감정의 과잉'은 없었나? 하고 반성 해 본다. 사람사는게 '소통'이라 생.. 더보기
눈송이로 당신곁에 내릴수 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세상 뜰 때 배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를 연주해달라 했고 아이제이어 벌린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를 부탁했지만 나는 연주하기 전 조율하는 소리만으로 족하다 끼잉 낑 끼잉 낑 댕 동, 내 사는 동안 시작보다는 준비동작이 늘 마음 조이게 했지 앞이 보이지 않는 갈대숲이었어. 꼿꼿한 줄기들이 간간이 길을 터주다가 고통스런 해가 불현듯 이마위로 솟곤 했어. 생각보다 늑장부린 조율 끝나도 내가 숨을 채 거두지 못하면 친구 누군가 우스갯소리 하나 건넸으면 좋겠다. 너 콘돔 가지고 가니? - 황동규 시 '세상 뜰 때' 모두 * 눈이 부시게 그리운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비가 오시거나 눈이 내리면,, 저 빗속에 저 내리는 눈속에 묻혀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 어깨에 살며시 내리고 싶다.. 더보기
삶의 통증. 화광동진(和光同塵) 이태리에서 돌아온 날, 이제 보는 것을 멀리 하자! 눈알에서 모기들이 날아다닌다. 비비니까는 폼페이 비극시인(悲劇詩人)의 집에 축 늘어져 있던 검은 개가 거실에 들어와 냄새를 맡더니마는, 베란다 쪽으로 나가버린다. TV도 재미없고 토요일에 대여섯 개씩 빌려오던 비디오도 재미없다.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건 자꾸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뜯긴 지붕으로 새어들어오는 빛띠에 떠 있는 먼지. 나는 그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겨울호, 1997 * 몸이 아팠다. 나흘을 쉬면서,, 삼일을 밤마다 끙끙 앓았다. 온몸이 안 아픈곳이 없더니,, 이제는 통증이 견딜만 해 졌다. 아이폰을 쓰다보니,, 이 기기의 의존력이 높아져서 타 기기를 멀리 하다보니,, 딴 기기가 눈에 밢혔다. 큰딸아이가 전.. 더보기
美笑.  "Je suis comme je suiis"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지 웃고 싶으면 그래 큰 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해도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당신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나요 이런 내게서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태어났지 그리고 바꿀 것도 하나도 없지 내 발꿈치가 너무 높이 솟았고 내 몸이 너무 휘었고 내 가슴이 너무나 거칠고 내 눈이 너무 퀭하여도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좋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누군가 날 사랑했었지 어린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 할 줄 모르듯이 .. 더보기
인연 이라면,,, 나의 방명록에 기록된 인간의 이름은 다 바람에 날려갔다 기역자는 기역자대로 시옷자는 시옷자대로 바람에 다 날려가 씰크로드를 헤매거나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에 파묻혔다 어떤 애증의 이름은 파묻혀 미라가 되었으나 이젠 잊어라 이름이 무슨 사랑이더냐 눈물없는 이름이 무슨 운명이더냐 겨울이 지나간 나의 방명록엔 새들이 나뭇잎을 물고 날아와 이름을 남긴다 남의 허물에서 나의 허물이 보일 때 나의 방명록엔 백목련 꽃잎들이 떨어져 눈부시다. - 정호승 시 '나의 방명록' 모두 * "사람이 사람을 이루고자 할진대 사람의 길은 사람을 멀리하지 않나니, 사람의 이치는 각기 사람에게 갖추어져 있어, 사람이 사람됨은 남에게 말미암지 않느니라." -처사 김치관 글, 자신의 내면을 침잠하여 응시함은,, 쓸쓸함이다. 인간 모든 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