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광동진(和光同塵)
이태리에서 돌아온 날, 이제 보는 것을 멀리 하자!
눈알에서 모기들이 날아다닌다. 비비니까는
폼페이 비극시인(悲劇詩人)의 집에 축 늘어져 있던 검은 개가
거실에 들어와 냄새를 맡더니마는, 베란다 쪽으로 나가버린다.
TV도 재미없고 토요일에 대여섯 개씩 빌려오던 비디오도 재미없다.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건 자꾸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뜯긴 지붕으로 새어들어오는 빛띠에 떠 있는 먼지.
나는 그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사상>, 겨울호, 1997
* 몸이 아팠다. 나흘을 쉬면서,, 삼일을 밤마다 끙끙 앓았다. 온몸이 안 아픈곳이 없더니,, 이제는 통증이 견딜만 해 졌다. 아이폰을 쓰다보니,, 이 기기의 의존력이 높아져서 타 기기를 멀리 하다보니,, 딴 기기가 눈에 밢혔다. 큰딸아이가 전부터 아이폰을 사달라 했는데,, 줘 버리고 예전의 폰(010-5311-0571)을 다시 메인으로 쓴다. 세상은 점점 더 모든게 집약적으로 변해간다. 하나의 기기에 컴퓨터, 사진기, mp3.... 모든일이 가능해 졌지만, 결론적으로 써보니 '시간'이 남는게 아니라 더 모자란 세상을 산다. 하여 '최첨단'을 버리고 나는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간다. 산다는게 어찌보면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이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도, 그리 되어도,,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이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금 세월이 흐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 둘씩 먼길을 떠나간다. 항상,, 미련을 갖지 않고 살려고 하지만,, 세월이 아프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다가 나흘이나 시간이 주어지니,, 집안의 잔일이 많아도 몸이 많이 아팠다. 삶의 나날들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오늘은,, mp3나 cd, 이런 재생메체를 젖혀두고 엠프를 켜고 턴 테이블에 LP를 올렸다. 간만에 듯는 올드한 소리. 판이 튀는 잡음도 음악으로 들린다. 문득, 서글픈 감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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