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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나무와 雪. 날 새고 눈 그쳐 있다 뒤에 두고 온 세상. 온갖 괴로움 마치고 한 장의 수의(壽衣)에 덮여 있다. 때로 죽음이 정화라는 걸 일러주는 눈발 살아서 나는 긴 그림자를 그 우에 짐부린다. - 황지우 시 '雪景' 모두 『게 눈 속의 연 꽃』, 문학과 지성사, 1990 * 2011 년의 화두. - 나 자신에게 겸손해 지기. - 딸 자식들을 '공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 마눌님에게 '잔소리(?)' 하지 않기. - 만나는 사람에게 '선입견 없이' 대하기. - '소유'하려는 마음을 버리기. 더보기
사람들은 '좋은기억'들을 만들기 위해 산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시 '겨울-.. 더보기
눈길을 걸어 가면서.... 원효사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 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 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 더보기
아, 지저스 ! 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플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 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 비에 젓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닥에 기대어 울고 있다. 술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 밥 한그릇 얻어 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숲으로 걸어 간다. 목이 마르.. 더보기
꽃을 본다. 늙음은 가난과 같다. 59세로 세상 뜰 때까지 줄곧 가난을 호소한 제임스 조이스가 마지막 7년 동안 거의 매일 저녁 파리의 이름난 레스토랑 푸케(Pouquet)에서 포도주 가려 마시며 살았듯이 지금도 그 식당 안에 '조이스의 방'을 가지고 있듯이 그렇게 '가난하게' 살 수야 없지 않은가! 겨울 저녁 한때 짧은 관목 숲을 온통 황홀케 하는 관(冠) 제껴쓰고 꽁지에 빨간 불 켜 달고 걸어가는 홍여새 하나. 이 한 장의 햇빛 지우지 마라. - 황동규 시 '마지막 가난' 모두 그러지 않으려 하는데,,, 자식에게 자꾸 욕심을 갖는다. 이마저 다 버리고,, 조금은 쓸쓸하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섰다. 이리저리 복잡하고 다난하여 어지러운 일과를 마무리 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체중을 다시 재보니 2kg 남짓 체중이 .. 더보기
당신은 삶의 '에너지' 입니다! 아네스 자우이의 영화, 우아하게 적셔주는 코미디 '레인'을 보 면서 당신은 울었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 나오는 최민식을 보면서도 당 신은 울었다 아네스 자우이, 아네스 자우이, 아주 이국적인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뭔가 울컥하는 마음을 명치끝 저편으로 자꾸만 삼켰다 영화관 밖으로 나오자 울컥울컥 우기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으므로 그대의 우산 속으로 파고들 었다 아네스 자우이, 아네스 자우이, 자욱이 물빛 안개가 깔리는 거 리를 지나 우리는 코케인으로 걸었다 코케인에서는 밥 딜런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칠월엔 당신의 우산이 되어드릴게요 (그럼 팔월엔, 구월엔 누구의 우산이 될 건데?) 나는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영원은 모든 순간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 더보기
큰딸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 보내고,,, - 이상도 하지~ 시험장의 교문을 나서며 노오란 '후라지아꽃'이 보고 싶었다, 이 사진으로 대신하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 더보기
눈물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고 살아 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 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어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 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아직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