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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내가 잠 들때,,,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컹귀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누운 너에게 눌린 내 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 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의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없이 지새는 밤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깨어 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 유시화 시 '잠' 모두 * 잠이 몰려왔다. 한여름 폭서로, 몸도 마음도 지친 것일까?!...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모든게 '물거.. 더보기
'살아있는 날'들에 대한 예의.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껴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이들 봄의 앞다툼 속 먼발치에 피어 있는 무명초 하루나 이틀 나타났다 사라지는 덩굴별꽃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껴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산 자들의 행렬에 뒤로 물러선 혼들 까만 씨앗 몇 개 손에 쥔 채 저만치 떨어져 핀 산나리처럼 마음 한켠에 비켜서 있는 이들 곁눈질로 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껴선 무뉘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 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 있는데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 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껴선 존재들이 필.. 더보기
텅 빈 충만. 오늘이 며칠일까 우리는 온 세월을 함께 살고 있지 그대여 우리는 온 삶을 함께 살고 있지 내 사랑이여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살아가며 서로 사랑하고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세월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쟈끄 프로베르 시 '샹송' 모두 *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조금, 힘이 든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먹고 살기가 바쁘다보니,, 때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차순위로 밀리게 된다. 언제부턴가 '주변'을 하나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버리고 버려도 미련으로, 그야말로 우직하게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란게 그 대부분인데,,, 부모님들에 대한 감정은 대부분이 죄송스러움이고, 이 감정은 '내리사랑'이라고 받은사랑 만큼 그 분들에게 제대로 돌려 드리지 .. 더보기
때로 멍하니 서서,,, 아무도 모르리 사랑이 어떻게 나를 지배하는지 어떻게 나에게 들어와 나를 정복하는지 어떻게 내 마음을 태우고 또 얼어붙게 하는지 어떻게 수줍은 내가 당신을 차지하는지 아무도 모르리 사랑이 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지 허상을 좆기에 바쁜 젊은 날이 나에게 찾아온 것을 사랑은 나의 고통을 그리고 나를 지배하는 그 가혹함을 알게 되리 사랑은 알고 있네 우리 마음이 노예가 되기를 원할때 잠시 맞서보는 이서믜 힘이 얼마나 나약한지 사랑은 알고 있네 독약을 가득 머금은 사랑의 가시를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 롱사르 시 '그 누가 알겠는가 사랑은' 모두 * 먹고 사는데에 있어서 질의 차이는 존재하나 이마저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으면 현실의 상황이 모든 격식을 초월한다. 요즘와서 새삼 깨닿는 하나는,, 친하고 .. 더보기
꽃 처럼 피어나라 !!! 주춧돌을 어디에 놓을까 이쯤에 집을 앉히 는 게 좋겠군 지붕은 무엇으로 얹을까 벽은 아이보리색이 무난하겠지 저 회화나무가 잘 보이게 남쪽으로 커다란 창을 내야겠어 동백숲으로 이어진 뒤뜰에는 쪽문을 내야지 여기엔 자그마한 연못을 팔 거야 곡괭이를 어디 두었더라 돌담에는 마삭줄과 능소화를 올려야지 앞마당에는 무슨 꽃들을 심을까 대문에서 현관까지 자갈을 깔면 어떨까 소리만 들어도 누가 오는지 알수 있을 테니까 저 은행나무 그늘에는 나무 의자를 하나 놓아야지 그래도 식탁은 둥글고 큼지막한 게 좋겠어 벌써 문 밖에 누가 찾아온 모양이군 오늘도 집을 짓는다 내 것이 아닌 그 땅위에, 또는 허공에 생각은 돌담을 넘어 집터 주위를 다람쥐처럼 드나든다 집을 이렇게 앉혀보고 저렇게 앉혀보고 수없이 벽돌을 쌓았다 허물며 마.. 더보기
'여유'롭다 하는 것.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 김용택 시 '봄날' 모두 * 계절도 자신을 적절하게 드러낼줄 아는 자기표현 능력이 있다. 삼월의 말에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꽃샘 추위에도 이곳 저곳의 양지에는 갖가지 꽃들은 수줍고 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외형적으로 성인의 모습을 갖추어 가니, 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춘 성인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 본다. 여유란,, 겸손해 지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남에게 봉사도 하고, 자신과 타인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쏳을수 있는 마음이라 믿는다. 삶에 있어 냉정한 시선 보다는 포용의 시선으로 당당하고 정중하게 자신을 말하고 요청하며, 자신을 절제하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 더보기
거리에 서서.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시 '저녁에' 모두 * 무엇이 그리도 피곤했던 것인가? 어두워진 밤길을 걸어 상가의 불들로 환하게 길 밝힌 인사동 길을 끊임없이 밀려오는 인파에 간만에 어깨도 가볍게 부딪치며 걸어 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대접 한다는 것. 그 기회만으로 감사할 때가 있다. 대접하는 사람도, 그 시간과 순간을 같이하는 사람도,, 시간은, 좋은 순간은 가끔 순환하듯 돌아온다. 우리가 그것을 느끼던 무감각 하게 흘려 보내던,,, 만나는 사람들.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똑같네" 라고느낀다면.. 더보기
격(格).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같이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 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시 '여승' 모두 * 예전에 성직자나 스님이라고 하면 경외의 대상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은 인생의 어떤 계기나 뜻한바가 있어서, 인생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존경과 연민이 교차 했던것 같다. 그때의 그분들에게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