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는 세상 뜰 때
배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를 연주해달라 했고
아이제이어 벌린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를 부탁했지만
나는 연주하기 전 조율하는 소리만으로 족하다
끼잉 낑 끼잉 낑 댕 동, 내 사는 동안
시작보다는 준비동작이 늘 마음 조이게 했지
앞이 보이지 않는 갈대숲이었어.
꼿꼿한 줄기들이 간간이 길을 터주다가
고통스런 해가 불현듯 이마위로 솟곤 했어.
생각보다 늑장부린 조율 끝나도 내가 숨을
채 거두지 못하면
친구 누군가 우스갯소리 하나 건넸으면 좋겠다.
너 콘돔 가지고 가니?
- 황동규 시 '세상 뜰 때' 모두
* 눈이 부시게 그리운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비가 오시거나 눈이 내리면,, 저 빗속에 저 내리는 눈속에 묻혀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 어깨에 살며시 내리고 싶다. 그저 가까이에서 그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애쓰는 모습과 땀냄새도 느껴보며 열심히 사는 그 체취를 느끼고 싶다.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서로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하고 먼길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추워진 날씨에 옷깃를 세우며 오늘도 나는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