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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단상. 한해의 '끝자락 12.31.' - 아침의 단상 조회(130) 이미지..,love. | 2005/12/31 (토) 12:11 추천(0) | 스크랩(0) 눈이 내린다 거세게, 내 빰에 부딪치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지워질듯, 도시가 화려하다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바깥은 이별보다 가깝다 사랑이여, 눈은 눈보다 가깝다, 육체여 매끈하고 육중한 자동차 전시장의 숯검댕 낀 초록색 공중전화 부스 눈이 내린다 무너질 듯, 내 몸은 파묻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말살하듯, 네 육체가 화려하다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김정환시 '사랑노래2'전문 ------------------------------------------------------------.. 더보기
인간에 대한 情,, 인간에 대한 예의. 새벽에는 생수통을 아침 먹은 다음엔 공병과 종이박스를 가득 채우며 할머니의 유모차가 간다 새로이 태어난다 믿는 한, 저것은 슬픔의 보행이 아니다 유모차를 타기만 하면 껍대기도 알맹이가 될 수 있다 믿는 한, 저 광경은 욕된 노동이 아니다 하지만 유모차를 끌 때가 생의 꽃이라고 할머니의 팔뚝 속 고래심줄에게 껍대기를 뱉어낸 빈 병과 종이박스에게 말할 수 있겠나 빈 박스에 파묻혀 앞이 안 보여도 밤눈 밝은 할머니의 유모차는 골목길을 쓸고 간다 맨 처음 유모차에 앉았던 아기가 구름을 열고 나오는 저 보름달이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생수통처럼 철벅거리는 보름달, 아 유모차의 전조등이 먼 하늘에 밝다. -이정록 시 '유모차는 힘이 세다'모두 경제의 흐름이 너무나 '극과 극'으로 흐르다 보니까 너무 살기가 .. 더보기
끝 과 시작. '종무식과 시무식' - 그 끝과 시작,, 조회(273) 이미지..,love. | 2005/12/29 (목) 13:02 추천(0) | 스크랩(0) 벗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젓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 주고 요쿠르트도 나눠 마시며 불룩하거나 이미 홀쭉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 더보기
짜증. '짜증' - '애절'하게 나를 부르는 '착각'(?) 조회(453) 이미지..,love. | 2005/12/28 (수) 16:17 추천(0) | 스크랩(0) 광산촌의 여인은 보고 있었다 물에 뜬 붉은 바다 날빛 새들이 날아오르고 물결에 별들이 씻겨져 제 모습으로 갈앉고 상수리나무가 한 그루 흔들리고 있었다 키 작은 사내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일천 피트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으나 가도가도 막막한 어둠뿐 모두 다 뜨내기와 갈보뿐 낡아빠진 궤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어허와어허와 궤도차가 달리는 길목에서 우리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젓가락을 두들기며 노래 불렀으나, 신참내기 전도사도 노래불렀으나 가슴의 멍울은 풀리지 않고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슬품만 달빛이 내리는 나무 그늘이라든가 산등에서 아주 낮.. 더보기
만남. '만남' - 그 시작과 끝모를 설레임,, 조회(230) 이미지..,love. | 2005/12/27 (화) 12:22 추천(0) | 스크랩(0)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시 '우리가 물이 되어'전문 -----.. 더보기
생활. '생활' - '찬비' 내리고,, 조회(152) 이미지..,love. | 2005/12/26 (월) 12:01 추천(0) | 스크랩(0)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에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시 '긍정적인 밥'전문 -----------------------------------------------------------------------------.. 더보기
나눔. '나눔' -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 조회(165) 이미지..,love. | 2005/12/25 (일) 16:51 추천(0) | 스크랩(1)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읍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읍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읍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읍니다 -이해인시 '살아있는 날은'전문 ----------------------------------------------------------------------------------------- -.. 더보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몸을 날리울 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김현승 시 '아버지의 마음'모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