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시 '우리가 물이 되어'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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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아침 계기가 되어 써내려온 지난 글들과 생각들을 '쭉' 되읽어 보았다. 9월 14일 이후의 나의 생활의 단면들,, 조회 숫자만큼 무거워지는 마음,, 그들은 순간적으로 내 블러그에 들러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봤을까? 때로는 여과되지 못하고 여물지 못한채 그저 하루를 채워 버렸을 글도 있다. 산다는 것이 지나고 나서 내 삶의 흔적을 되짚으면 부끄러움 투성이다.
-나에게 있어서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둥글 둥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의도와 달리 전해지는 말도 그렇고, 생각치 못한 작은 행동의 소홀함도 상처로 다가온다. 우얄꼬? 이 안타까움!!! 에휴~ 더, 더, 더욱 더 나를 채찍질 할수밖에,,
-오전에 거래은행에 들러 연말정산 서류를 띠는데 지점장과 차장으로 있는 선배가 인사를 한다. 12월 들어 다이어리 하나 부탁했는데,, 다시 말하기가 뭐해서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씩" 웃어 줬더니 눈치가 10단이라 이것 하나더 구해서 준비한것이라며 웃으며 준다. 지점장도 옆에 있어 "동문 덕좀 보내요" 하니 웃을수 밖에,, 매년 이럭저럭 다이어리 하나씩은 주어진다. 계획되로 살지도 않으면서 매년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고친다. 그렇지 않으면 게으른 나를 '감당' 못한다.
-매년 스프링이 달린 스케치북 같은 노트를 하나사서 중요한 메모도 적고, 시도 적고, 삽화나 작은사진도 붙여 코멘트도 단다. 어제는 두권을 똑같은 것으로 사서 친구의 생일선물로 부쳤다. 굵게 나오는 펜도 하나 넣어서(개인적으로 글씨는 악필이지만 굵게 쓰는것을 좋아한다),, 노트의 겉면을 쓰담다가 나의 온기가 친구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생일축하의 메모를 적었다.
-산다는 것이 어떨때는 눈물겹다.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여'를 간만에 다시 적으며 먼곳에 있는 벗들을 생각해 본다. 언제쯤 만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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