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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의미. 너의 의미 - 눈이 하얗게 많이 내린 아침 조회(198) 이미지..,love. | 2005/12/04 (일) 06:34 추천(0) | 스크랩(0) 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다 어둠과 어둠속으로만 떠돌던 나를 그래도 절뚝거리며 따라와 주어서 고맙다 나 대신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 일과 나대신 군화발에 짓이겨진 일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가정법원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너 혼자 울면서 재판 받게 한 일 또한 미안 하지만 이제 등에 진 짐은 다 던져 버리고 가볍게 길을 떠나라 그동안 너는 밥값도 내지 않고 내 밥을 먹었으나 이제와서 내가 밥값은 받아서 무엇하겠니 굳이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뒤돌아서서 손 흔들지 말고 가라 인간이 사는 곳보다 새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어린 나뭇가지에서 어린 나뭇가지로 날아.. 더보기
내 마음의 빈자리,,, 카테고리 > 이미지..,love. (709) 본문 | 제목 | 사진 | 요약 내 마음의 빈자리 - 눈을 기다리며,,, 조회(234) 이미지..,love. | 2005/12/02 (금) 21:51 추천(0) | 스크랩(0) 눈 내리는 새해 아침에 새처럼 소리치며 아이들이 눈을 뭉쳐 서로 눈싸움을 하더니 그 중 한아이가 연탄재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얘, 눈사람은 연탄재로 만드는게 아니야 하얀 눈을 뭉쳐서 만드는 거야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어미까치처럼 점잖게 소나무에 앉아 훈계하고 아이가 만든 눈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사람은 가슴에 연탄재를 품고 어느새 운주사 석불 같은 부처님이 되어 있었다 눈싸움을 마치고 다른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도 다들 부처님이 되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들이 눈.. 더보기
어머니,, 어머니와 여성의 사이에서....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 넣었다 연두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근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 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 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있지 기차는 여름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나희덕 시 '연두에 울다' 모두 .. 더보기
짐독. 카테고리 > 이미지..,love. (709) 본문 | 제목 | 사진 | 요약 '짐 독' - 내 자신 '인정'하고 무릎끓기 조회(220) 이미지..,love. | 2005/11/30 (수) 12:22 추천(0) | 스크랩(0) 나의 눈물에는 왜 독이 들어 있는가 봄이 오면 봄비가 고여 있고 겨울이 오면 눈 녹은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줄 알았더니 왜 나의 눈물에는 푸른 독이 들어 있는가 마음에 품는 것마다 다 독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사랑이여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더이상 나의 눈물이 당신의 눈물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독극물이 든 검은 가방을 들고 가로등 불빛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며 더 이상 당신 집 앞을 서성거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살아간다는 것은 독을 버리는 일 그동안 나도.. 더보기
용서. 카테고리 > 이미지..,love. (709) 본문 | 제목 | 사진 | 요약 '용서함' - 맺힘과 풀림 조회(279) 이미지..,love. | 2005/11/28 (월) 08:54 추천(0) | 스크랩(0)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애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섯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신경림시 "파장"전문 -----------------------.. 더보기
한 눈을 감고 사는 세상. 카테고리 > 이미지..,love. (709) 본문 | 제목 | 사진 | 요약 한 '눈'을 감고 - 그럼에도 '세상'은 돈다. 조회(345) 이미지..,love. | 2005/11/26 (토) 16:07 추천(0) | 스크랩(2)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나님과 비슷하거나 하나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비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 더보기
크로키.... 크로키 - 내 삶의 '데모 테잎' 조회(9294) 이미지..,love. | 2005/11/25 (금) 10:27 추천(3) | 스크랩(21)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뜻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 더보기
그리운 '밥상 공동체' '식구' - '그리운' 밥상 공동체 조회(419) 이미지..,love. | 2005/11/24 (목) 09:11 추천(0) | 스크랩(0) 학생들은 돌을 던지고 무장경찰은 최류탄을 쏘아대고 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 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 수백 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피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 술취해 돌아온 너를 보고 애비는 말 못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 반갑고 서럽구나 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에서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 도독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 너더러 정직하게 살라하면 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땅의 논리가 무서워서 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 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 평생을 살 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에미까지도 이젠 이 애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