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는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상‘이 고요 해 질 때, - “The Music Played”.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탄 것이다 이곳저곳 좁은 길을 거쳐 느릿느릿 기어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추어탕집 앞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집 앞도 지나고 스캔들양주집 간판과 희망맥주집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이다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보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 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로 갈 수 없는 곳을 .. 더보기 심장이라는 사물 2 / 한 강 시. 오늘은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벽에 비친 희미한 빛 또는 그림자 그런 무엇이 되었다고 믿어져서요.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 한 강 시 ‘심장이라는 사물 2‘모두 *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중에서, ** 죽고 나면 ‘사물’이 된다는,,. 나에겐 새로운 ‘시각’. 온전히 자연이 움직여주고 이동해 주는 ‘사물‘ 자연의 한 티끌, 사람에게 온전한 ’ 자유의지’라는 게 있는 걸까? 한 강 작가의 ‘흰’이란 책을 읽다가 그녀의 이 시가 떠올랐다. 모두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때에 내 모습이 온전히 보이는 듯, 더보기 하늘이,, 높고 푸르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떠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小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愛增의 그림자를 버릴 때 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 더보기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언제 헤어졌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헤어진 시점을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헤어진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척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헤어진 척하다가 결국 헤어진 사람들도 있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무심코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결혼에서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원에 접수된 서류와 그가 마지막으로 열고 나간 문의 침묵 사이에는 꽤 긴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길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못 본 척 스쳐가는 몇 초가 아주 길게 느껴졌다고 결코 무심할 수 없는 순간이었지만 아릿한 슬픔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고 종이 위의 결별과 길 위의 결별 사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 밤들이 들어차 있는.. 더보기 짙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잔.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 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 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 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 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 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 조 용미 시 ‘ 가을밤‘ [기억의 행성], 문학과 지성사, 2011. * 올해는 가을이 태풍과 많은 비로 요란스럽게 다가왔다. 기후의 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느니, 이 모든 변화가 우리.. 더보기 달고 씁쓰레한 차한잔 마시고 싶을 때, 당신은 홍차에 레몬 한 조각을 넣고 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쌉싸름한 맛을 좋아했지 단순히 그 차이뿐 늦은 삼월생인 봄의 언저리에서 꽃들이 작년의 날짜들을 계산하고 있을 때 당시은 이제 막 봄눈을 뜬 겨울잠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인도에서 겨울을 나는 흰 꼬리딱새를 이야기했지 인도에서는 새들이 흰 디어로 지저귄다고 쿠시 쿠시 쿠시 하고 아무도 모르는 신비의 시간 같은 것은 없었지 다만, 늦눈에 움마다 뺨이 언 꽃나무 아래서 뜨거운 홍차를 마시며 당신은 둘이서 바닷가로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번개가 쳤던 날 우리 이마를 따라다니던 비를 이야기하고 나는 까비 쿠시 까비 감이라는 인도 영화에 대해 말했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프고 망각의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이 언젠가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새들.. 더보기 ‘가족사진’ 속에 내 모습.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쓰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걸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25년 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 나 태주 시 ‘가족사진’ * 젊다고 느꼈을 때에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싶었다. 가족을 이루고, 하나하나씩 사람으로 갖추며 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흘러 내 아버지의, 내 어머니의 길을 닮아가 부모가 되고 불효한 자식이 되었다. .. 더보기 젓어서 흐느끼는 창문을 보다가..,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김 소월 시 ‘왕십리’모두 *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빗줄기와 강풍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들,, 젓어서 흐느끼듯 흘러내리는 거실의 창을 바라보다가 문득, 느끼는 에어컨의 한기에 긴팔 옷을 꺼내 입는다. 여기저기에서 전해오는 비소식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문득 틀어 놓은 오디오에서는 박강수 가 여진의 ‘꿈속에서’를 부르고 있다. 여름휴가가 시적 되었다.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