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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가족사진’ 속에 내 모습.

쓰지만,, 맛있다.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쓰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걸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25년 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 나 태주 시 ‘가족사진’




* 젊다고 느꼈을 때에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싶었다. 가족을 이루고, 하나하나씩 사람으로 갖추며 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흘러 내 아버지의, 내 어머니의 길을 닮아가 부모가 되고 불효한 자식이 되었다. 언제나 아이 같고 철부지인 줄 알았던 자식도 짝을 이루고 독립하여 미숙하나마 제 삶을 살아간다. 장모님의 생일에 즈음하여 오래간만에 더위를 피할 겸 보은의 시골집에 내려갔더니,,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젊은 날의 내 모습과 아내와 두 딸들, 갓 태어난 큰딸과 둘째 딸, 그리고 어숙하게 보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사회에서 은퇴하여 부모님 여의고 두 딸들 독립하고, 아내와 이제는 둘이서 쳐다볼 시간도 많은데,, 이제는 내가 생각한다. 많이 아프지 말고 떠날 수 있기를,, 아내의 부모님 두 분이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들려오는 병치례 소식에 마음이 떨려오니, 그 모습에 내 아내와 내 모습이 겹쳐 온다. 내게 언제나 하루는 24시간, 더하지도 덜 할 수도 없었는데,, 시간은 천천히도, 빠르게도 흘러 지금은 가끔은 낯선 내가, 씁쓸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