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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짙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잔.

따스하고 진한 커피가 좋은 계절이다.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
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
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
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
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
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 조 용미 시 ‘ 가을밤‘
[기억의 행성], 문학과 지성사, 2011.



* 올해는 가을이 태풍과 많은 비로 요란스럽게 다가왔다. 기후의 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느니, 이 모든 변화가 우리 스스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개발한 죄이라니,,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하는데,,.

비가 많이 내린 후, 집안을 대청소하고 다가오는 가을을 준비한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청소한 뒤, 요즈음 조금 더 공부 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한잔 진하게 내려 음미한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G1’ 오늘의 커피다. 원두 20g에 핸드밀로 곱게 갈아서 92’의 물로 18ml 적시고, 20 초간 뜸을 들인 후 가는 물줄기로 4차례 나눠서 240ml의 커피를 내린다. 성큼, 다가온 가을만큼 커피의 맛과 향을 깊게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