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는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죽음보다 깊은 잠.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컹퀴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누운 너에게 눌린 내 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의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 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 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 없이 지새는 밤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네가 깨어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류 시화 시 ‘ 잠’ 모두 * 병원에서 돌아와 밀려오는 근육통에 스트레칭을 하고 마사지를 가볍게 하고, 진통제에 수면제 한알을 더.. 더보기 재물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느냐?! 재물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느냐 만 냥 빚을 얻어 과일과 말총 장사로 수천 빈민을 구제했던 허생은 오십만 냥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다시 초가집 선비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혀를 찬다 아까와라 허생의 꿈은 돈이 아니었다 너희는 어떠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외친다 돈! 혹시 도는 없느냐 한두 아이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주책스런 질문을 했구나 감히 무엇을 돈에 비길 것인가 선비가 말총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도는 이미 찌그러진 갓이 되었다 도는 돈을 살찌우지 못하므로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라님도 도를 권하지 않는다 가정도 학교도 국가도 시장이 된 세상 맹렬히 돈을 꿈꾸는 것이 가장 옳은 도다 아이들의 돈의 도를 위하여 밑줄 긋고 별표 치며 허생전을 읽는다 허생은 찌그러진 갓을 쓰고 휘적휘적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다.. 더보기 게릴라성 호우 / 김 이듬. 거리의 비는 잠시 아름다웠다 위에서 보는 우산들은 평화로이 떠가는 잠깐의 행성이 된다 곧 어마어마한 욕설이 들려오고 뭔가 또 깨고 부수는 소리 옆집 아저씨는 일주일에 몇 번 미치는 것 같다 한여름에도 창문을 꼭꼭 닫을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나는 오늘 한마디도 안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시면서 아아 했지만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는 말이 아니니까 홑이불처럼 잠시 사각거리다가 나는 치워질 것이다 직업도 친구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다 작은 배드민턴 라켓 모양의 전자파로 모기를 죽였다 더 죽일 게 없나 찾아보았다 호흡을 멈추면서 언제까지나 숨 쉴 수 있다는 듯이 자정 무렵 택배 기사가 책을 갖고 왔다 그것이 땀인 줄 알면서 아직 비가 오냐고 물어봤다 내륙에는 돌풍이 불어야 했.. 더보기 시를 쓴다는 것 / 조 영혜. 시를 쓴다는 것은 동지섣달 이른 새벽 관절이 부어 오른 손으로 하얀 쌀 씻어 내리시던 엄마 기억하는 일이다 소한의 얼음 두께 녹이며 군불 지피시던 아버지 손등의 굵은 힘줄 기억해내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깊은 밤 잠 깨어 홀로임에 울어보는 무너져 가는 마음의 기둥 꼿꼿이 세우려 참하고 단단한 주춧돌 하나 만드는 일이다 허허한 창 모서리 혼신의 힘으로 버틴 밤새워 흔들리는 그 것, 잠재우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퍼내고 퍼내어도 자꾸만 차 오르는 이끼 낀 물 아낌없이 비워내는 일이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나 그 것, 그 쬐끄만한 물푸레 나뭇잎 만지는 여백의 숲 하나 만드는 일이다. - 조영혜 시 '시를 쓴다는 것' 모두 * 문득 바하의 무반주첼로 No1. 서주(Prelude)를 듣고 싶어지는 무더운 날. 더보기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언제부턴가 나는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불그림자 멀리멀리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내가 너무 쓸쓸하여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더보기 수국이 만개(滿開) 했네요. 두 개의 거울이지 커다란 얼굴과 작은 얼굴이 골목의 끝집마다 송아지와 낙타의 혹처럼 서 있지 미래의 조달청이라고 우리는 운을 떼며 조청을 그리워한 것처럼 바다에 들러붙었지 그렇다 치자 밑줄 그은 심장이 바다에 풍덩! 헤어지지 못할 거라는 예감은 쿠키의 맛처럼 제각각이어서 젖은 하늘빛 린넨 셔츠가 마르기 전에 서둘러 육체를 마쳤다 치자의 끝말은 치자리 수국의 끝말은 수구리 짙어진 하늘과 옅어진 등대 사이에서 면과 읍과 리를 그리워한 거지 사라진 희뿌연 낮달은 시계 반대 뱡향으로 보랏빛 비를 뿌렸지 다가오는 달빛은 인간의 뜨거운 손끝에 누런 화상의 자국마저 길가에 버려진 치자꽃의 리, 그렇다 치자 아니라고 치자 수궁은 태양처럼 크고 둥글었지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송 진 시 ‘수국과 치자꽃 ‘ * 시와편.. 더보기 시사랑 26 주년을 축하 합니다.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졸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3월 4월 그리고 5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천상병시 '푸른 것만이 아니다'전문 * 5월도 며칠 남지 않은 토요일, 왠지 한가롭고 싶어서 6월의 시를 고르다가 천상병 시인의 시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막걸리 한 병과 넉넉한 담배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 하루를 살았던 시인,, 저마다의 사정과 모습으로 세상을 살다가 한 마리 ’ 새‘ 가 되어서 훌쩍 날아가는 것이겠지요. 정년 퇴직한 마눌님도 일본.. 더보기 신 경림 시인 -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신 경림 시 ‘가난한 사랑 노래’모두 Ps) http..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