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사는 이야기

‘일상‘이 고요 해 질 때, - “The Music Played”.

음악이 사라져 간다.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탄 것이다

이곳저곳 좁은 길을 거쳐
느릿느릿 기어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추어탕집 앞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집 앞도 지나고
스캔들양주집 간판과
희망맥주집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이다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보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 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로 갈 수 없는 곳을
느릿느릿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 공광규 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모두




* 6년이라는 투석생활,, 일 년째가 힘들었고, 3년째에 심적으로 고비가 왔고 5년째에는 심적으로 가족들에게도 ‘말’ 못하고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 그 고비를 잘 넘기고 6년 차를 맞으며,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낙엽이 새로 떨어져 발 밑을 구르는, 가을을 다시 맞이했다. ‘마음의 고통’은 홀수로 오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때, 그래도 세월의 중력에 이끌리듯,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 요가’를 배우고, 몰두할 그 무엇이 필요해 ’ 핸드드립‘을 배운다. 일주일에 화, 목 두 번, 금요일 한번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시계추처럼 반복적으로 시간을 내어 커피를 계량하고 물의 온도를 맞춰서 커피를 두어 번 내려 마신다. 그 시간들 속에도 쳇바퀴 돌듯 월, 수, 금요일 오후, 시간에 맞춰서 4시간씩 투석을 한다. 하루에 두 끼씩 먹은 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때때로 찾아오는 공복감과 허기에 스스로가 ’ 거지’ 같다고 할까?!.., 투석을 하다가 ‘음식 장면’이 나오면 무심코 바라보다, 스스로 군침을 삼키는 나를 느끼는 순간 채널을 돌려 버린다.

갑자기, 모든 게 가라앉듯 침잠하는 순간이 내게는 있다. 투석을 하면서 더하고, 뺏던 무수한 약들,, 참지 못하고 더하던 진통제, 투석의 4시간 동안에 두 시간 이후로 느껴지던 크고, 작은 몸속의 소음들,, 혈관을 타고 근육에 따라 전해지는 그 자잘하고 끈질긴 고통을 의사나 간호사는 ‘이해’ 할까? 환자가 엄살이 심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겠지.., 6년의 투석생활 속에, 예전에 아버지, 어머니가 투병하시던 중에 무심코 내게 말씀하셨던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 하신 말의 의미를 알았다.라고 쓰면, 참으로 ‘불효자’인 걸까?!.., 언젠가 나도 어머니, 아버지처럼 무심코 “죽고 싶다”라고 되뇌는 걸, 간호사가 듣고, 나이 어린 간호사가 마음을 담아 “더욱 힘내서 사셔야지요” 하는데도,, 무심코 웃을 수 있었으니, 삶에의 용기가 바닥인 걸까?!..,

다달이 결재되어 가는 카드의 사용액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제는 멀리 떠나기, 여행하기를 스스로 멈춰 버렸다. 아내와는 하루 두 끼, 함께 식사하기를 힘쓰고,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 가볍게 부런치로 때우고 좋은 영화나 음악회가 있으면 한 번씩, 이렇게 생활의 반경을 줄이다 보니, 내 생활이 간결 해 졌다. 외지에서 투석 예약이 힘들어지니, 토, 일요일을 끼고 가까운 곳에나 갈 수 있어, 외국여행은 스스로 포기하게 되었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애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여행을 떠나면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먹고, 자는 것도 익숙 해 졌다. 하나, 둘,, ’ 패스‘하는 게 늘어 가는데 왜 이 ‘투석생활‘은 익숙 해 지지 않는 것인지,  가까운 곳에부터 다시금,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 국민학교 때의 추억이 있는 장충동과 ’ 청구 국민학교‘ ’ 충무 국민학교,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신기하게 좁았던 골목과 낯설었지만 따뜻했던 약수동 친구들과 아줌마들,, 성남시의 희미한 기억과 ’ 통학버스‘에의 추억, 삼선교 한국일보 지국과의 2년의 추억, 그때의 삶의 군상들.., 무수한 알바이트와 그래도 젊다는 혈기로 버틸 수 있었던 세월, 믿었던 친구의 배신과 추억이 많았던 의정부, 그곳에도 ‘한번’은 갈 수 있겠지. 그때의 흔적들은 남아 있을까?!?…,


틀어놓은 ‘쇼팽의 녹턴 20번 C단조‘가 마음을 달래준다. 왠지 ’센치’해진 화요일 밤, 주책이라고 할까, 이제 그만 써야 할 것 같다. 가기는 가야 할 텐데,, 가까운데부터, 음악은 ‘바하의 패트리, 양들은 한가로히 풀을 뜯고‘로 넘어왔다. 음악은 항상 내 생활에 함께 동행 했는데,, 나는 귀를 막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