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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실컷,, 울어도 좋다.






언제 헤어졌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헤어진 시점을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헤어진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척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헤어진 척하다가 결국 헤어진 사람들도 있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무심코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결혼에서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원에 접수된 서류와
그가 마지막으로 열고 나간 문의 침묵 사이에는
꽤 긴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길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못 본 척 스쳐가는 몇 초가 아주 길게 느껴졌다고
결코 무심할 수 없는 순간이었지만
아릿한 슬픔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고

종이 위의 결별과
길 위의 결별 사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 밤들이 들어차 있는지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 변명
때늦은 사과의 말
예의란 헤어진 뒤에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언제 헤어졌느냐는 질문에

손에서 으깨진 나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찢긴 날개에 대해서는
진액과 인편으로 더러워진 손가락에 대해서는
그날의 나비와 오후의 햇빛에 대해서는


- 나 희덕 시 ‘이별의 시점‘






* 나이들이 제법 들어,, 인연이 되어 만나보는 ’첫사랑‘도, 치열했던 대학시절의 학우’도 모두들 멋지게 나이를 먹었다. ‘멋지다’한 의미는 예전의 멋있었던 모습과 아름답다 느꼈던 감정들이 ’여전한 모습‘에 우러나는 감정이다. 모두가 세월이 흐른 만큼, 저마다의 사연이 산 만큼 쌓여 있겠지만,, 쌓인 만큼 허물고, 또 쌓고 또 허무는.., 것이 우리내 인생이라 믿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라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이별이 잦은 세상을 살고 있다. 늦은 나이에 갈라서는 친구의 소식에 말 한마디 더 할 수도 없었다. “사는 게 마음 같지 않다”라는 말을 깨닫는 요즘이다. 옆지기를 한번 더 깊게 바라보고,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주자. 나이를 더한 만큼, 이별은 아프고 공허함이 크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