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이런 사람

얼굴,, 내 곁에 있는 얼굴들... 얼마 전 시인들끼리 송년 자리에서 술잔 기울이는 데 한 후배가, 형은 詩가 커 보였는데 이제는 사람이 더 커 보인다 하길래 원래 크니까 그런 게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기고 뿔뿔 헤어져 돌아오며 그 말 곱씹어 보는데 갈수록 詩가 시답지 않다는 겐지 아니면 詩가 몸을 몸이 詩를 못 따른다는 겐지 그도 아니면 성장 발육 멈춘 지가 하세월인데 느닷없이 더 커 보인다는 건 대체 뭔 소린지, 하는 비틀비틀한 생각으로 지하 주 차장에서 계단으로 들어서는데 쿵, 하고 천장 들보에 정수리를 받히고서야 확 깨 닫는다 그래 나, 크다 - 김 수열 시 '사람이 시보다 크다' 모두 별희, heartbreak, 초록여신, jooef, 금란초, 김신용 시인 사탕dk, 빅토리아 초(艸), 플로우 초당두부, yuris, 그리.. 더보기
사랑 합니다, 사랑 하세요.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오리라 내 감정의 시야에서 벗어나 생의 목적과 은총의 극치를 찾을 때 내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그 깊이와 그 넓이와 그 높이까지 나는 사랑합니다 태양과 촛불, 일상생활의 가장 소박한 욕구를 나는 사랑합니다 자유롭게 사랑합니다, 사람들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이 순결하게 사랑합니다 그들이 찬양에서 물러서는 것 같이 오래된 슬픔 속에서 살려온 정열과 어린시절의 신앙으로 나는 사랑합니다 나의 잃어버린 성자(聖者)들에게 잃어버린 것 같이 생각되는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내 전생애의 숨결, 미소, 눈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신(神)이 허락하신다면 죽은 후에 더욱 사랑하오리다. -엘리자베스 바레트 브라우닝 시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 모두 (1985. 08.25 번역) - 4.. 더보기
꽃잎은 떨어지고,, 봄 날은 간다. 관덕정 뒷골목 막걸리집 이름 빌려 '삼돌이네 집'이라는 시집을 낸 경훈이가 민족극한마당인지 민족술한마당인지 딴따라 행사를 전후좌우 하여 내리 열흘 술술 마시더니 급기야는 얼굴에 똥 피고 췌장에 염증 생겨 입원하게 됐는데 담당 의사 입에 거품 물고 앞으로 술은 독약! 이라는 말에 병실에 누워 천장 보며 눈만 껌벅이던 그 친구 허, 그거 첨 게민, 이참에 나도 술 끊 어 ? 했다는데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 김 수열 시 '슬프지 않다' 모두 - 밀렸던 일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일정과 스케줄도 대폭 정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이놈의 불면증은 어쩔수 없이 아침일찍 눈을 뜨게하고,, 서재의 책을 정리하고 접어 두었던 김수열의 시집을 다시 읽는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는 마눌님과 .. 더보기
꽃을 부여 잡고... 그녀의 얼굴, 오싹하니 영전 같다 강혜숙은 죽은 시인의 아내를 오래오래 껴안고 있었다 도서관 옆 산수유가 노을에 추운 머리 담그고 한 생애가 저물었듯이 노제가 끝나가는 전남대 교정은 서서히 침전하는 水沒地區처럼 가라앉아갔다 죽음은 모든 사람을 딱 한 번 주인공으로 만들지만 한 사람이 빠져나갈 때 마다 영정 속에 들어 있는, 웃고 있는 생은 물고기를 담은 비닐 봉지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막 안에서 웃었을 뿐이다 강혜숙, 드디어 미친년처럼 날뛰고 흰 무명천을 가르고 시멘트 바닥에 나뒹굴고 섹스하듯 허공을 어루만질 때 아, 그 더운 체온이 순수한 허공을 육체로 만들었다 미망인에게서 빌려온 체온을 곧 땅속에 떨어질 자에게 마지막으로 덮어주는 그 춤의 옷 한 벌! - 황지우 시 '춤 한 벌' 모두 (故김남주 시인.. 더보기
'끝'까지 가 보자!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希望의 한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 황지우 시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모두 - '우리 때'도 그랬을까?!... 징그럽게도 말을 안 듣는다. OT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큰 딸아이,, 잠을 못자고 와서인지 내리 잠을 자더니, 외출시 워모나 머풀러 라도 목에 둘르라고 제어미가 그리 이야기해도 말을 안듣더니, 결국에는 감기에 걸려 콜록 거리며 그래도 병원을 간다, 안간다 하고 어미와 말다툼 이다. 방청소나 여행가방 싸는것,, 사소한 것들도 다 채겨주고 점검 해 .. 더보기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먼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쫙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것은 영원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熱帶漁들이 수족관에서 물거품을 뻐끔거리듯 한 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이 있었는가 가서는 안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 더보기
얼굴, 얼굴,, 얼굴들.... 맑고 쌀쌀한 초봄 흙담벼락에 붙어 햇볕 쬐는데 멀리 동구 바깥으로 수송기 지나가는 소리 들릴 때 한여름 뒤란 감나무 밑 평상에서 낮잠 자고 깨어나 눈부신 햇살 아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집은 비어 있고 어디선가 다듬이질 소리 건너올 때 아무도 듣지 않는 라디오에서 일기예보가 들릴 때 오래된 관공서 건물이 古宮으로 드리운 늦가을의 짙은 그림자 그리고 사람들이 땅만 보면서 바삐 지나가는 것을 재판 받으러 가는 호송버스에서 힐껏 보았을 때 빽밀러에 國道 포플라 가로수의 먼 소실점이 들어와 있을 때 목탄화 같은 겨울숲이 저만치 눈보라 속에서 사라질 때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빈말로라도 집에 가서 자자는 놈도 없고 불 꺼버린 여관 앞을 혼자 서성거릴 때 흰 여구차가 따뜻한 봄 산으로 들어갈 때 그때, 이 세상은 .. 더보기
주제파악,,, " 나를 사랑하는 일 " 귀밑머리 허옇도록 放心한 노교수도 시집간다고 찾아온 여제자에게 상실감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가버린 낙타여 이 모래 바다 가는 길손이란! 어쩌면 이 鹿苑은 굴절되어 바람에 떠밀려 온 신기루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래밭과 풀밭이 갈리는 境界에 이르러 나는 기를 쓰고 草錄으로 들어가려 하고 낙타는 두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완강히 버티고 결국,어느 華嚴 나무 그늘에서 나는 고삐를 놓아버렸지 기슭에 게으르게 뒹구는 사슴들, 계곡에 내려가지 않고도 물의 찬 혓소리 듣는 법을 알고 목마름이 없으므로 '목마름'이 없는 뜨락 멋모르고 처음 돌아오는 자에게도 돌아왔다고 푸른 큰 나무 우뢰 소리 金剛 옷을 입혀 주는구나 내가 놓아버린 고삐에 있었던 낙타여 내 칼과 한 장의 지도와 經 몇 권 든 쥐배낭 안 그래도 무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