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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 "순응" - 그 도달하기 힘든 자리. 조회(447) 이미지..,love. | 2006/06/24 (토) 12:00 추천(0) | 스크랩(0) 이게 뭐냐고, 내 못난 삶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자꾸만 흙소리 가 걸렸다. 흙소리는 글자들마다, 그 행간마다 고랑을 이루기 시작한다. 텃밭으로 난 문을 여니 농협 수건을 머리에 두른 할머니 한분이 묵정밭을 호미로 갈고 계셨다. 호미 날이 흙 을 스치는 소리와 간혹 돌에 부딪는 소리가 컴퓨터 속으로 멋대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걸어와서는 갑자기 내 삶의 글자들을 갈아 엎는다. 글자들이 마구 넘어지며 먼지 날리더니 이내 흙을 따라 고랑을 이루며 흙냄새를 풍긴다. 할머니, 한번 웃고는 몇몇 글자들을 더 뽑 아내신다. 여긴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았.. 더보기
시선4. 쟈끄 프로베르 - 시선.4 조회(349) 이미지..,love. | 2006/06/23 (금) 22:39 추천(0) | 스크랩(0) 한 여자가 강으로 뛰어든다 그 강은 큰 강으로 흘러간다 한 남자가 그 큰강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이 큰 강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는 땅 위에 물거품과 달빛 아래 반짝이며 길게 펼쳐진 그의 파도의 흰 레이스 자락을 다시 던져 보낸다 그것은 신부의 드레스 커다란 물결이 준 소박한 결혼선물 -'결혼'모두 ----------------------------------------------------------------------------------------- 테이블 위에는 오렌지 한 개 카페트 위에는 네 옷 그리고 내 침대 속에는 너 부드럽게 부드러운 지금 이 한때 싸늘한 이 밤.. 더보기
침묵 할 때. '침묵'으로 상대의 말을 이해할 때... 조회(407) 이미지..,love. | 2006/06/23 (금) 14:36 추천(0) | 스크랩(0)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더보기
이 사랑. " 이 사랑" - 쟈끄 프로베르. 조회(319) 이미지..,love. | 2006/06/22 (목) 22:03 추천(0) | 스크랩(1) 이 사랑 이렇게 격렬하고, 이렇게 연약하고, 이렇게 부드럽고, 이렇게 절망하는 이 사랑. 대낮처럼 아름답고 나쁜 날씨에는 날씨처럼 나쁜 이렇게 진실한 사랑 이렇게 아름다운 이 사랑 이렇게 행복하고 이렇게 즐겁고 또한 어둠 속의 어린 아이처럼 두려움에 떨 때에는 이렇게 보잘 것 없고 한 밤중에도 평온한 어른처럼 이렇게 자신있고 다른이들을 두렵게 하던 이 사랑 다른이들을 말하게 하고 다른이들을 질리게 하던 우리가 그들을 숨어 보았기에 염탐당한 이 사랑은 우리가 그를 쫒고 상처주고 짓밟고 죽이고 부정하고 잊어버렸기에 쫒기고 상처입고 짓밟히고 살해되고 거부당하고 잊혀진 완전한.. 더보기
중독. '중독' - 그 끊기어려운 '떨림' 조회(361) 이미지..,love. | 2006/06/22 (목) 12:28 추천(3) | 스크랩(1)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 더보기
백일몽. '백일몽' - 비오는 아침에... 조회(509) 이미지..,love. | 2006/06/21 (수) 12:28 추천(1) | 스크랩(0)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이승희시 '내가 바라보는'모두 ----------------------------------------------------------------------------------------- -밤에 내리는 비소리에 잠이 깨어 어둠이 짖게 깔린 아파트의 사이로 .. 더보기
내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 때,, 내 말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때. 조회(358) 이미지..,love. | 2006/06/19 (월) 12:47 추천(0) | 스크랩(0) 어느 날 나는 어떤 울음소리를 들었다. 자동차들의 소음 위로. 처음에 나는 그것이 새의 울음이나 어린 야생 동물의 울음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는 길에 떨어진 내 가슴의 울음을 발견했다. 나는 울고 있는 나의 부서진 가슴을 주워 옷속에 넣었다. 그것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은 집 잃은 어린 여우나 야생 늑대, 날개가 부러진 새들을 보호했다가 그것이 다 자라면 상처가 다 나으면 언덕으로 데리고 가 풀어 준다. 자유롭게 날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나도 내 가슴을 잘 보호하리라. 그것이 성장하고 치유될 때까지. 그리하여 어느 날 그것을 언덕으로 데려가 자유롭.. 더보기
길을 걷다보니,,, 다친 발목을 끌고 향일암 가는 길 그는 여기 없고 그의 부재가 나를 절뚝거리게 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절, 뚝, 절, 뚝, 아픈 왼발을 지탱하느라 오른발이 더 시큰거리는 것 같고 어둔 숲 그늘에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고 흐르는 땀은 그냥 흘러내리게 두고 왼발이 앞서면 오른발이 뒤로, 오른발이 앞서면 왼발이 뒤로 가는 어긋남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음을 알고 해를 향해 엎드릴 만한 암자 마당에는 동백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그 푸른 열매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안개젖은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절, 뚝, 절, 뚝, 내려오는 길 붉은 흙언덕에서 새끼 염소가 울고 저녁이 온다고 울고 흰 발자국처럼 산딸나무 꽃이 피고. -나희덕 시 '절, 뚝, 절, 뚝,' 모두 입원을 하면서 병원으로 사람들이 찾는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