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니,,,
다친 발목을 끌고 향일암 가는 길 그는 여기 없고 그의 부재가 나를 절뚝거리게 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절, 뚝, 절, 뚝, 아픈 왼발을 지탱하느라 오른발이 더 시큰거리는 것 같고 어둔 숲 그늘에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고 흐르는 땀은 그냥 흘러내리게 두고 왼발이 앞서면 오른발이 뒤로, 오른발이 앞서면 왼발이 뒤로 가는 어긋남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음을 알고 해를 향해 엎드릴 만한 암자 마당에는 동백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그 푸른 열매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안개젖은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절, 뚝, 절, 뚝, 내려오는 길 붉은 흙언덕에서 새끼 염소가 울고 저녁이 온다고 울고 흰 발자국처럼 산딸나무 꽃이 피고. -나희덕 시 '절, 뚝, 절, 뚝,' 모두 입원을 하면서 병원으로 사람들이 찾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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