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냐고, 내 못난 삶은 어쩌라는 것이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자꾸만 흙소리
가 걸렸다. 흙소리는 글자들마다, 그 행간마다 고랑을 이루기 시작한다. 텃밭으로 난 문을
여니 농협 수건을 머리에 두른 할머니 한분이 묵정밭을 호미로 갈고 계셨다. 호미 날이 흙
을 스치는 소리와 간혹 돌에 부딪는 소리가 컴퓨터 속으로 멋대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걸어와서는 갑자기 내 삶의 글자들을 갈아 엎는다. 글자들이 마구 넘어지며 먼지 날리더니
이내 흙을 따라 고랑을 이루며 흙냄새를 풍긴다. 할머니, 한번 웃고는 몇몇 글자들을 더 뽑
아내신다. 여긴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았는디, 뭔 풀들이 이리 많은가 몰러. 총각은 뭐 하는
디? 나는 여그다 감자나 심을 것인디. 할머니는 한 웅큼 뽑아 쥔 글자들을 밭둑으로 가볍게
던지더니 허리펴고 웃으신다. 이제 보기 좋지?
-이승희시 '할머니가 컴퓨터 속으로'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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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가서 깨끗하지도 않은 개천의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에 비릿한 물내를 맡아도 봅니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에 시냇물 공원을 산책하다, 인적없는 고요함에 가만히 뒤 돌아 봅니다. 물비린내에 실려오는 내음은,,,, 사람들의 '사람살이'의 비릿함,, 흙냄새 묻어오는 끈끈한 생명력,,, 문득, 가진것 없는 몸뚱아리 하나가 오롯이 외로워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 아파트의 창을 바라 보았습니다. 불빛에서 번져오는 따스함,,, 삶의 순간, 순간에 날을 세우며 살던 세월에서 순응을 배우기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건강을 생각하고, 남은 시간들을 생각하며 많은 금전적인 여유를 아이들에게 줄수는 없어도 '아버지로서의 좋은 추억'은, 삶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내 삶의 욕심을 접어 봅니다. 나 자신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내 자신을 돌아보니,,,,,, 가진것 없는 나이에 욕심만이 덩그라니 커다란 못난 얼굴이 보입니다, 그려.....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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