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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나'와 함께 있으라! 하신,,,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을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시 '길'모두 병원 주치의의 처방이긴 하지만,,, 독감으로 5일치의 약을 처방 받아 식후 30분씩 며칠을 먹다보니,, 약에 취하여 '비몽사몽...' 정신이 없다. 지병으로 먹는 약에 더하여 5알씩 3회.... 가뜩이나 약으로 쩔어 있는 내몸은,,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다. 이번.. 더보기
사람을,, 가슴에 품는다 ! - 창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에 피아노의 음이 실려오는,, '그곳'에 가고싶다 !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 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가녀린 발을 딛고 3초씩 5초씩 짧게 짧게 혹은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 동안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 편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설핏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발 딛고 쉬라고 내준 무릎이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 내 열무 밭은 꽃밭이지만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 - 문태준 시 '극빈 1'모두 - 잠은,, 때.. 더보기
사랑한다, 사랑한다, 조금 더 사랑한다.... 칠성 여인숙에 들어섰을 때 문득, 돌아 돌아서 독방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한 칸 방에 앉아 피로처럼 피로처럼 꽃잎지는 나를 보았다 천정과 바닥만 있는 그만한 독방에 벽처럼 앉아 무엇인가 한 뼘 한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흘러나가는 것을 보았다 고창 공용버스터미널로 미진 양복점으로 저울 집으로 대농 농기계수리점으로 어둑발은 내리는데 산서성의 나귀처럼 걸 어온 나여, 몸이 뿌리로 줄기로 잎으로 꽃으로 척척척 밀려가다 슬로비 디오 처럼 뒤로 뒤로 주섬주섬 물러나고 늦추며 잎이 마르고 줄기가 마르고 뿌리가 사라지는 몸의 숙박부, 싯다르타에게 그러했듯 왕궁이면서 화장터인 한 몸 나도 오늘은 아주 식물적으로 독방이 그립다. - 문태준 시 '극빈2 (-독방)'모두 Am 07;00 시를 넘기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 더보기
자연이, 사람이,, 글이 내게로 온다! - 조금은 어두운 하늘,, 눈처럼 꽃잎은 떨어져 내리고 빗물에 몸을 적신다. 가고 오지않는 사람이 있으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 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마음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남조 시 '서시'모두 정기검진을 앞두고,, 몸의 상태가 최악이다! 나름대로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온몸의 곳곳이 매를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쑤셔오고 아프다. 오한이 있었으나 조금 가라 앉.. 더보기
살아 지는것 과 살아 가는것... - 저 '길'을 따라간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로마로 가는 열차에서, 나는 그에게 나를 보여주었다 보르도의 카페에서, 나는 그녀에게 나를 읽어주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구두가 참 예쁘네요 커피 아니면 홍차? 이탈리아를 좋아하세요? 서울의 여름도 보르도처럼 더워요? 사교의 예식을 생략하고 우리는 상대에게 자신을 던졌다. 서로의 심장을 만지고, 썩은 창자를 뒤집어 보였다. 뒤엉킨 생각과 감정의 실핏줄들을 몇 마디로 정리해서 서로에게 안 겼다. 식탁위의 오물렛이 식기 전에 나는 그녀의 현재와 과 거를 마법의 구슬로 들여다보듯 명쾌하게 포크로 찍어 떠올 렸다. 외국어로 고백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철수와 순이에게 감 추었던 복잡한 자화상을 리처드와 파트리샤에게 그려주며, 마음을 내려놓.. 더보기
'부활절 아침,, 그리고,, '사람',,, 냉이꽃이 피었다 들녘에 종이 울리고 촛불은 켜지지 않았다 반월 공단의 풀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청년들은 결핵을 앓으며 야근을 하였다 별들만 하나 둘 고향으로 떠나가고 첫닭이 울었다 종지불을 밝히고 재 너머 옷장사를 나가시던 어머니는 산나리꽃으로 피었다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금식기도를 하러 기도원으로 떠나가고 희망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봄길에 늙은 집배원은 쓰러졌다 이혼하기 위하여 남녀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가슴에 산을 가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산너머 또 산이 있다고 떠들어대었다 몇 명의 처녀들은 웃으면서 판자집에 사는 것보다 울면서 맨션아파트에 사는게 더 행복하다고 민들레를 꺽었다 교회 건축 공사장에서 목사가 죽고 장미아파트 옥상 위에서 임신한 처녀가 알몸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날따라 구두 딱는 소년들.. 더보기
조금은 무더운 봄 햇살속을 홀로 걸으며.....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모였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들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숲과.. 더보기
당신은 나의,,, 꽃 !!! -네이버 친구인 休의 사진중 인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모두 오래전에,, 총각시절엔가,, 대구의 달성공원에 한겨울에, 그것도 눈이내린 새벽에 올라간 적이 있다. 출장중 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새벽 1시를 넘기고 당시엔 무슨 심정이었던지 기억도 없지만,,, 숙소를 나와서 택시를 잡아타고 충동적으로 달성공원에 들어섰다. 공원엔 아무도 없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