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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새벽에 잠이 깨어...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의 삶에서 슬픔에 의지 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 부터, 또 타인으로 부터 얼마만큼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 여름의 그토록 무덥고.. 더보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며...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서울에는 사람 낚는 어부가 없다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서울에는 동백꽃이 피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슬에 젖지 않는다 서울의 눈물 속에 바다가 보이고 서울의 술잔 속에 멀리 수평선이 기울어도 서울에는 갈매기가 날지 않는다 갯바람이 불지 않는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일조차 두려워하며 누구나 바다가 되고 싶어한다. - 정호승 시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모두 - 무엇이 바쁜것인지,, 삶의 관성에 이끌리어 바쁘게 오고가는 사람들틈에 끼어서 그리하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나역시 거리를 뛰듯이 걷는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여건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메마르다. 요즈음 방송을 보니까 '멍 때린다' 라는 말들을 하던데,,, 곳곳에서 삶의 순간에 순간적으로 '.. 더보기
이런, 제기~ 랄~~ !!!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젓은 나비 날개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 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그 숲이 있기는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 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 나희덕 시 '숲에 관한 기억'모두 -마음이 쓸쓸한 날엔,, '몬로'의 사진이라도 봐 주어야 한다. 자료실로, 서브 블로그로 창고처럼 사용하던 'the ple'에서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블로그를 .. 더보기
몽타즈. 누군가 열어놓은 문 누군가 닫아버린 문 누군가 앉았던 의자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물어버린 과일 누군가 읽고 난 편지 누군가 넘어뜨려 놓은 의자 누군가 열어 놓은 문 누군가 아직도 달리는 길 누군가 헤쳐 나가는 수풀 누구나 몸을 던지는 강 누군가 죽은 병원 - 쟈끄 프로베르 시 '메시지'모두 - "악처라도 있는게 낳다" 시골집에 다녀와 자조섞인 내말에 마눌님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일, 월 화,수,목... 단 4 일을 있었을 뿐인데,, 음식냄새로 인한 부작용으로 거의 식사를 못한 채 닷새째에 탈출하듯 시골집을 나서고 말았다. 왜 그리도 묵은 냄새가 싫은지,, 시골집에 있는 냉장고의 묵은 냄새나 묵은김치,, 심지어는 장모님이 끓여 놓고 가신 된장국 까지,, 심한 구토로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하고.. 더보기
개망초꽃을 바라보며,,,,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랭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 정호승 시 '개망초꽃' 모두 시골집의 뒷산에 오르면 언덕받이에 묘자리가 3~4곳 있고 올해는 고추를 많이도 심어 놓았다. 나무가 제법 울창한 그늘 산길로 접어들면 곧 저쪽의 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개.. 더보기
멈추어지지 않는 삶의,,, 춤사위. - 바람이,, 부드럽게, 때로 세차게,,, 내 몸을 흔들고 있다. 음악에 몸을 맡기자 두 발이 미끄러져 시간을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내 안에서 풀려 나온 실은 슬슬슬슬 문지방을 넘어 밖으로 흘러갔지요 춤추는 발이 빵집을 지나 세탁소를 지나 공원을 지나 동사무소를 지나 당신의 식탁과 침대를 지나 무덤을 지나 풀밭을 지나 돌아오지 않아요 멈추지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계속 춤추라고 외쳤죠 두다리를 잘린다 해도 음악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다니, 그것도 나에게 꼭 맞는 분홍신을 신고 말이예요 당신에게도 들리나요? 둑을 넘는 물소리, 핏속을 흐르는 노랫소리, 나는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강물이 둑을 넘어 흘러내리듯 내 속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려나와요 실들이 뒤엉키고 길들이 뒤엉키고 이 도시가 나를 잡으려고 .. 더보기
love.. 그 절제와 균형의 사이에서,,, - 패랭이꽃 , 까페 '무등산 향기'의 사진중 인용.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밢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 류시화 시 '패랭이꽃' 모두 - 정면 공개 거부를 완강히 외치는 세 딸들.... 고 2에 올라와서 부쩍 "힘들다" 라는 말이 많아진 큰딸,, 중 2가 되어서 진학에 나름대로 고민이 많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고민인 작은 딸,, 더블어 때로 철없는 소리로 내 억장을 무너뜨리는 영원한 상전 마눌님,,, 병원에서 퇴원.. 더보기
길을 걷다보니,,, 다친 발목을 끌고 향일암 가는 길 그는 여기 없고 그의 부재가 나를 절뚝거리게 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절, 뚝, 절, 뚝, 아픈 왼발을 지탱하느라 오른발이 더 시큰거리는 것 같고 어둔 숲 그늘에서는 알 수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고 흐르는 땀은 그냥 흘러내리게 두고 왼발이 앞서면 오른발이 뒤로, 오른발이 앞서면 왼발이 뒤로 가는 어긋남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음을 알고 해를 향해 엎드릴 만한 암자 마당에는 동백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그 푸른 열매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안개젖은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절, 뚝, 절, 뚝, 내려오는 길 붉은 흙언덕에서 새끼 염소가 울고 저녁이 온다고 울고 흰 발자국처럼 산딸나무 꽃이 피고. -나희덕 시 '절, 뚝, 절, 뚝,' 모두 입원을 하면서 병원으로 사람들이 찾는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