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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부활절 아침,, 그리고,, '사람',,,







냉이꽃이 피었다 들녘에 종이 울리고
촛불은 켜지지 않았다 반월 공단의 풀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청년들은 결핵을 앓으며
야근을 하였다 별들만 하나 둘 고향으로 떠나가고
첫닭이 울었다 종지불을 밝히고
재 너머 옷장사를 나가시던 어머니는
산나리꽃으로 피었다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금식기도를 하러 기도원으로 떠나가고
희망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봄길에 늙은 집배원은 쓰러졌다
이혼하기 위하여 남녀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가슴에 산을 가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산너머 또 산이 있다고 떠들어대었다
몇 명의 처녀들은 웃으면서 판자집에 사는 것보다
울면서 맨션아파트에 사는게 더 행복하다고
민들레를 꺽었다 교회 건축 공사장에서 목사가 죽고
장미아파트 옥상 위에서 임신한 처녀가
알몸으로 떨어져 죽었다 그날따라
구두 딱는 소년들은 공안원에게 끌려가매를 맞고
아무도 일곱 번씩 일흔 번을 용서하지 않았다
자기의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하여 누구나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지 않았다 질경이꽃들이 시들고
물위를 걸어가던 베드로가 다시 물에 빠졌다.



  -정호승 시 '부활절'모두










'부활절 아침'.... 새벽에 눈이 떠져 가볍게 배낭을 꾸리고 가까운 계양산에 올랐다. 메말라 푸석거리는 산길을 따라 물기가 없는데도 곳곳에 꽃은 새벽의 이슬을 머금고 곱게 피어있다. 오래간만에 게양산의 정상에 오르니... 떨어진 체력도 실감하고 땀이 물 흐르듯 흐른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을 만끽하며 산아래를 굽어보니,, 이른시간 (Am 07;20) 인데도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한술 더 떠서 내가 바위산을 오를 때에 정상에서 하산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으니,, 어디서나 '한수 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반갑고 의욕이 생긴다. "야~~호~~~!!!" 도 두어번 소리지르고 단골이 있는 칡차있는 곳으로 하산하여 씁스레한 칡즙도 한잔 마시고,, 아저씨의 세상 살아가는 구수한 입담을 즐기며 잠시 쉬니,, 근처의 교회에서 나온듯 커피한잔에 '색달걀'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예전에 살던 임학동의 빌라촌, 시장도 가깝고 지하철 역도,, 그때는 서울로의 발령을 기다리다 주말부부가 지겨워 경기도로 발령을 낸것이 강화도의 여자고등학교 였고 그 이후로 인천으로 발령이 나서 집을 얻은 곳이 임학동 이였는데,, 큰아이, 작은 아이의 초등학교, 중학교, 집사람의 인천에서의 첫직장이 있었던 곳,, 계양산이 가까워 등산도, 산보도 자주 가던 곳,,, 오래간만에 들른 임학동은 세월이 말해주듯 많이도 변했다. 자주가던 가게도 식당도 모두 없어지거나 업종이 바뀌고,,, 그래도 '갑장'으로 친숙하게 인사하던 '시골 순대국'은 남아있다! 반가운 맘에 들어서니 5~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반기는 순대국주인장 아줌마,,, 여전히 구수한 맛에 한그릇을 '뚝딱'하고 갑장의 손에 색달걀을 쥐어주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기분좋은 노곤함.... 조금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자리를 펴고 다시 '한숨'을 청한다. 아아,, 이 잠에서 깨어나면 '예수처럼' 나도 힘차고 새롭게 '부활'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