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 여인숙에 들어섰을 때 문득, 돌아 돌아서 독방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한 칸 방에 앉아 피로처럼 피로처럼 꽃잎지는 나를 보았다
천정과 바닥만 있는 그만한 독방에 벽처럼 앉아 무엇인가 한
뼘 한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흘러나가는 것을 보았다
고창 공용버스터미널로 미진 양복점으로 저울 집으로 대농
농기계수리점으로 어둑발은 내리는데 산서성의 나귀처럼 걸
어온 나여,
몸이 뿌리로 줄기로 잎으로 꽃으로 척척척 밀려가다 슬로비
디오 처럼 뒤로 뒤로 주섬주섬 물러나고 늦추며 잎이 마르고
줄기가 마르고 뿌리가 사라지는 몸의 숙박부, 싯다르타에게
그러했듯 왕궁이면서 화장터인 한 몸
나도 오늘은 아주 식물적으로 독방이 그립다.
- 문태준 시 '극빈2 (-독방)'모두
Am 07;00 시를 넘기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계속해서 비가 제법 내린다. 거기에 더블어 꽤 세찬 바람도... 여의도의 그 많은 벗꽃도 흔적도 없이 져버리고,, 비에 젖은 잎들과 가지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오후부터는 오한과 잔기침이 심해져 식욕도 없는데 아점으로 대구탕을 억지로 떠 먹었다. 청양고추를 듬뿍 넣은 대구탕은 국물만 떠 넣어도 기침이 올라올 만큼 매콤한데,, 숫가락이 가지를 않는다. 오징어 젓갈에 억지로 밥공기를 비우고,, 일처리를 빨리 빨리 완결하고 일찍 집으로 복귀한다. 어깨에서부터 허리, 팔, 다리까지,, 나중에는 머리카락 까지도 통증이 몰려 오는것 같다. 왠만하면 붙이기를 자제하던 파스를 두통 사와 한통으로 어깨와 허리에 도배를 한다. 일찌감치 자리를 깔고 이블을 뒤집어 쓰고 누웠으나 오한으로 너무나 춥다. 옷장을 뒤져 두터운 등산자켓을 꺼내입고 땀을 흘리면서도 몸은 추위를 계속탄다. 쌍화탕을 뜨겁게 데워 마시고 다시 누으니,, 작은애와 마눌님이 복귀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음주에 4박 5일의 출장이 에비되어 있는데,, 미리 몸살이 온 것이다. 남의 일을 해주면서 아픈티를 내고 제대로 해 주지 못한다면 그 또한 프로로서의 자격미달 이리라. 세상에는 일에 대해 지불되는 '금액'이 있고,, 그것이 크던 적던,, 최소한 그 금액보다는 120%의 완성도를 보여야 살아남는다 는게 내 요즘의 생각이다.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달그락 달그락~~" 하는 마눌님의 설겆이 소리를 들으며 깜박 잠이드니,,, 보일러를 올려 놓아서인가 땀으로 흠뻑젖은 몸으로 눈을 떠 보니 Pm 09;08분,, 아까 큰 아이를 20분에 데리러 간다고 전화를 하던데,, 안방에 들어가 보니 tv를 틀어 놓은 채 마눌님은 꿈나리에 빠져있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대신 가 주겠지만,오늘은 무리다. 10;50 분 큰아이, 11;10 작은아이,,, 오늘은 대체로 일찍 돌아온 듯 싶어 다행이다. 보통 12시를 넘기는데,,,, 파스 냄새에 민감한 큰아이, 마눌님,,, 그래도 오늘은 어쩔수 없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작은아이가 12시에, 큰아이가 2시를 넘기고 방에 불이 꺼진다. 살면서 각자에게 다가오는 '그 시기'는 참으로 중요하고,, 본인의 노력과 땀만큼 결실이 맺는다면,, 자신들의 부족함을 느끼는 만큼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아파트의 창틀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제법 거세게 느껴지는데,, 열이 내렸음인가 너무 덥다. 외투도 벗어 걸어놓고 다시 눈을 감는다. 불황의 끝은 보이지도 않는데,, 있던 돈도 털어먹은 나는 '열심히' 사는 수 밖에 없다. 컨디션 조절이 문제인데,, 술도 끊어야 할까? 몽롱하게 취하는 재미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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